본문 바로가기

음악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의 엔딩 곡, 쿠루리의 '말은 삼각형, 마음은 사각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쿠루리(くるり)가 2006년 6월에 발표한 앨범 <ワルツを踊れ Tanz Walzer>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전에 없는 클래시컬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음반이다. 메탈리카의 <S&M>의 충격이 여전히 남아서인지 록 밴드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을 한다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되곤 하는데, 쿠루리도 그런 걱정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다행히도 결과물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런 고급스런 느낌보다는 이전 음반들에서 보여준 약간은 투박한 듯 한 쿠루리의 노래가 더 좋았지만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앨범 수록곡 중에는 간혹 몇 곡 예전 분위기의 노래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나중에 다시 싱글로 재편곡해서 나온 ‘言葉はさんかく こころは四角’이다. ‘말은 삼각형, 마음은 사각형’이라는 제목부터 참 독특하다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본 것은 작년 여름의 일. 뮤직비디오라기보다는 무슨 영화를 편집해놓은 것 같은 영상이었는데, 아무런 정보가 없던 나는 마치 우리나라 가수들의 노래들의 뮤직비디오를 전혀 관계없는 영화를 대충 편집해서 만드는 것처럼 만든 게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뒤늦게야 이 노래가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의 엔딩 곡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くるり - ハイウェイ

그러고 보니 쿠루리의 노래는 예전에도 영화에 쓰였던 적이 있었다. 바로 이누도 잇신 감독이 2003년에 만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주제가로 쓰였던 ‘ハイウェイ’다. 쿠루리는 이 영화의 음악도 맡아서 사운드트랙 음반을 따로 냈다(그래서 덕분에 한국에도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에서 쿠루리의 음악이 얼마나 가슴을 울리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마지막에 ‘ハイウェイ’가 흘러나올 때는 영화의 여운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어떤 힘마저 느껴졌다.


くるり - 言葉はさんかく こころは四角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면이 참 예쁜 영화다. 칠판에 입맞춤하며 정든 학교에 작별인사를 하는 소요(카호), 그때의 감동은 쿠루리의 노래와 함께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된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다시 본 뮤직비디오는 처음과 달리 장면 하나하나가 마음에 다가왔다. 쿠루리의 팬으로서 다시 한 번 영화를 통해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더없는 행복이다. 예전부터 좋아했던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에 쿠루리의 엔딩 음악까지,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그렇게 좋아할 수밖에 없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