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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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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에서 일요일 저녁에 상영한 '석양의 무법자'를 뒤늦게 감상했다. 사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작품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밖에 감상하지 못해서 다른 작품들도 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이제서야 한 작품을 감상한 점은 반성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비록 늦게 감상한 영화이지만 한편으론 정말 감동적인 작품이어서 뒤늦게 감상한 보람이 남아 있었다. 또한 영화 처음부터 그 유명한 테마 음악이 '아아아~' 하면서 울려 퍼지더니 마지막 묘지 씬에서 흘러나오는 'The Ecstasy of the Gold'에 이를 때는 몸에 전율이 날 정도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들이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너무 멋진 작품이어서 이렇게 주절거린다.

영화는 초반부 세 명의 등장을 'The Ugly (못난 놈)', 'The Bad (나쁜 녀석)' 그리고 'The Good (괜찮은 녀석)' 순으로 보여주는데, 각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인물을 소개하고 그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전반부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모습은 특별히 규정된 호칭과 달리 선과 악을 동시에 갖춘 무법자로서의 성격을 보여준다. 특히 'The Good' 블론디와 'The Ugly' 투코의 모습은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준다. 블론디는 전반부에서는 멀리 있는 줄도 맞출 만큼 뛰어난 총잡이로서의 모습은 보여주지만 왜 이 사람이 괜찮은 녀석인지에 관한 묘사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투코와 갈등을 일으킨 후 밧줄에 묶여있는 투코를 내버리고 홀로 떠나는 모습은 돈에 따라 친구도 저버릴 만큼 냉정한 무법자의 성격을 보여준다. 반면 투코의 경우 특유의 과장된 성호 긋는 행동과 우스꽝스러운 말투를 통해 못난 놈의 성격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악의 성격을 보여준다. 블론디의 배신으로 간신히 살아남은 투코는 돈으로 패거리를 만들어 블론디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블론디를 붙잡은 투코는 자신이 겪은 방식 그대로 블론디에게 행한다.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 한가운데서 말라 죽어가는 블론디가 더러운 물을 먹으려는 것조차 방해하는 투코의 모습은 복수심에 불타는 인간의 악랄함이 느껴진다.

이처럼 영화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갖춘 세 명의 무법자를 보여주지만 각각의 성격에 맞는 행동을 인물들에게 부여하기 보다는 돈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들의 다양한 특성과 성격을 보여줌으로써 물신주의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물신주의 풍조를 만든 것은 다름아닌 전쟁이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 서로 싸워대는 전쟁 속에서 인간들이 살아갈 방법은 '선택' 밖에 없다. 투코가 수도원에서 신부가 된 자신의 친형과 만난 후 그의 무법자 생활을 비난하는 형에게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도사가 되거나 도둑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투코의 말은 왜 사람들이 무법자가 될 수 밖에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신의 목숨조차 유지하기 힘든 어려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사람들은 남군과 북군 중 유리한 군세력을 선택해야 하며, 돈을 얻기 위해 사람을 살리거나 죽여야 한다. 세 인물들이 수지를 따져가며 서로 협력하고 배신하는 과정은 바로 생존을 위해 선택을 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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