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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석양의 갱들 (A Fistful Of Dynamite,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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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우아한 시구나 문학이 아닌 폭력이다.'라는 마오쩌둥의 말로 시작하는 '석양의 갱들(원제는 Duck, you sucker 이다.)'은 겉보기에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일반적인 서부극 같이 느껴지는 영화이지만 사실은 독재자와 군세력에 의해 탄압받던 멕시코의 민중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혁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후안과 존이라는 두 인물이 혁명을 일으키는 과정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름이 비슷한 두 인물이 만나 멕시코의 민중을 해방시키는 혁명을 이룩하는 과정은 루이 말 감독의 '비바, 마리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바, 마리아'!가 시종일관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다룬다면, '석양의 갱들'은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며 혁명의 방법론을 두고 갈등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마차를 타기 위해 달려오는 한 남자를 등장시킨다. 비루하고 더러운 남자의 겉모습을 본 파수꾼들은 마차를 태워달라는 남자를 몸수색한 후 그를 마차에 태워준다. 남자가 마차를 타자 그 안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자본가들과 신부가 타고 있다. 남자의 더러운 옷차림을 본 사람들은 멕시코의 민중들은 무식한 짐승들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하면서 멕시코 민중들의 혁명을 비웃는다. 익스트림 클로즈업 쇼트로 인물들의 입술과 눈을 강조함으로써 더러운 옷차림을 한 남자를 바라보는 상류계층 인간들의 오만한 시선과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는데 반해 상스러운 말을 서슴지 않는 상류계층 사람들의 위선을 꼬집고 있다. 이 때 거리에 있던 멕시코인들이 마차를 향해 기습하면서 상황이 뒤바뀌게 된다. 마차 안의 사람들이 '너가 낳은 자식이 몇 명인지도 모를거다.'라고 말하면서 모욕하던 대상인 남자가 다름아닌 갱단의 두목인 후안이었던 것이다. 마차 안의 사람들을 포로로 잡은 후안은 자신을 모욕한 사람들을 같은 방식으로 모욕하고 약탈한 후 옷을 벗겨 돼지 우리 속으로 사람들을 태운 수레를 보내 버린다.

마차를 약탈해 승리에 취한 후안의 갱들은 갑자기 터져나오는 폭탄의 소리에 깜짝 놀라게 된다. 약탈한 마차를 끌고 소리가 나는 지역으로 이동해 소리의 원인을 살펴보는 순간 오토바이를 탄 한 남자가 그들 앞에 나타난다. 오토바이가 그들을 무시하고 지나가자 후안은 총을 쏴 오토바이를 멈춘다.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갱들이 서로 대면하게 되자 남자는 자신의 코트 속에 숨겨져 있는 폭탄을 꺼내 그들을 위협한다. 남자를 대수롭게 보지 않던 후안은 폭발성 있는 액체로 폭발을 일으키는 남자의 모습을 본 순간 그의 소원인 메사 베르테 은행 털이를 달성할 구세주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후안은 얼른 적대적인 자세를 굽히고 그에게 친근하게 접근한다. 후안은 남자의 이름이 존 말로리라는 것을 알게 되자 '후안과 존처럼 이름이 같은 것은 서로 함께 하라는 운명이다'라 말하면서 존에게 협력할 것을 요구하지만 존 말로리라는 남자는 그의 요청을 묵살한다. (이 때 영화는 플래쉬백으로 존의 회상을 보여주면서 존의 숨겨져 있던 과거를 보여준다. 이러한 회상 장면은 이후 존의 내면을 통해 몇 번 보여주는데, 플래쉬백을 통해 존이 IRA에 가입하게 된 계기와 혁명에 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보여준다.) 후안은 자신의 회유가 통하지 않자 그가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를 박살내고, 존은 그에 대한 답례로 마차를 폭발시켜 버린다. 폭탄을 설치한 후 '엎드려, 이 멍청아'라는 특유의 냉소적인 대사를 날리면서 유유히 사라지는 제임스 코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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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석양의 갱들'의 폭파 씬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특히 후반부에서 기차 충돌 씬은 직접 충돌 후 촬영한 장면이어서 그런지 요즘처럼 CG로 만들어진 폭파 장면과는 다른 사실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ps2. 영화 엔딩 장면에 울려 퍼지던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전율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마치 샹송처럼 남성 보컬이 '숑숑숑' 하는 부분도 특징이지만, 후반부 여성 보컬의 허밍이 정말 인상적인 음악이었다.



Ennio Morriconne - Duck, you su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