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우아한 시구나 문학이 아닌 폭력이다.'라는 마오쩌둥의 말로 시작하는 '석양의 갱들(원제는 Duck, you sucker 이다.)'은 겉보기에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일반적인 서부극 같이 느껴지는 영화이지만 사실은 독재자와 군세력에 의해 탄압받던 멕시코의 민중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혁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후안과 존이라는 두 인물이 혁명을 일으키는 과정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름이 비슷한 두 인물이 만나 멕시코의 민중을 해방시키는 혁명을 이룩하는 과정은 루이 말 감독의 '비바, 마리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바, 마리아'!가 시종일관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다룬다면, '석양의 갱들'은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며 혁명의 방법론을 두고 갈등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마차를 타기 위해 달려오는 한 남자를 등장시킨다. 비루하고 더러운 남자의 겉모습을 본 파수꾼들은 마차를 태워달라는 남자를 몸수색한 후 그를 마차에 태워준다. 남자가 마차를 타자 그 안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자본가들과 신부가 타고 있다. 남자의 더러운 옷차림을 본 사람들은 멕시코의 민중들은 무식한 짐승들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하면서 멕시코 민중들의 혁명을 비웃는다. 익스트림 클로즈업 쇼트로 인물들의 입술과 눈을 강조함으로써 더러운 옷차림을 한 남자를 바라보는 상류계층 인간들의 오만한 시선과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는데 반해 상스러운 말을 서슴지 않는 상류계층 사람들의 위선을 꼬집고 있다. 이 때 거리에 있던 멕시코인들이 마차를 향해 기습하면서 상황이 뒤바뀌게 된다. 마차 안의 사람들이 '너가 낳은 자식이 몇 명인지도 모를거다.'라고 말하면서 모욕하던 대상인 남자가 다름아닌 갱단의 두목인 후안이었던 것이다. 마차 안의 사람들을 포로로 잡은 후안은 자신을 모욕한 사람들을 같은 방식으로 모욕하고 약탈한 후 옷을 벗겨 돼지 우리 속으로 사람들을 태운 수레를 보내 버린다.
마차를 약탈해 승리에 취한 후안의 갱들은 갑자기 터져나오는 폭탄의 소리에 깜짝 놀라게 된다. 약탈한 마차를 끌고 소리가 나는 지역으로 이동해 소리의 원인을 살펴보는 순간 오토바이를 탄 한 남자가 그들 앞에 나타난다. 오토바이가 그들을 무시하고 지나가자 후안은 총을 쏴 오토바이를 멈춘다.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갱들이 서로 대면하게 되자 남자는 자신의 코트 속에 숨겨져 있는 폭탄을 꺼내 그들을 위협한다. 남자를 대수롭게 보지 않던 후안은 폭발성 있는 액체로 폭발을 일으키는 남자의 모습을 본 순간 그의 소원인 메사 베르테 은행 털이를 달성할 구세주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후안은 얼른 적대적인 자세를 굽히고 그에게 친근하게 접근한다. 후안은 남자의 이름이 존 말로리라는 것을 알게 되자 '후안과 존처럼 이름이 같은 것은 서로 함께 하라는 운명이다'라 말하면서 존에게 협력할 것을 요구하지만 존 말로리라는 남자는 그의 요청을 묵살한다. (이 때 영화는 플래쉬백으로 존의 회상을 보여주면서 존의 숨겨져 있던 과거를 보여준다. 이러한 회상 장면은 이후 존의 내면을 통해 몇 번 보여주는데, 플래쉬백을 통해 존이 IRA에 가입하게 된 계기와 혁명에 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보여준다.) 후안은 자신의 회유가 통하지 않자 그가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를 박살내고, 존은 그에 대한 답례로 마차를 폭발시켜 버린다. 폭탄을 설치한 후 '엎드려, 이 멍청아'라는 특유의 냉소적인 대사를 날리면서 유유히 사라지는 제임스 코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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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집요한 후안의 계략으로 인해 존은 자신이 일하려는 금광의 주인과 군인들을 폭탄으로 죽이게 되고, 쫓기는 신세가 된 존은 어쩔 수 없이 후안과 함께 은행이 있는 메사 베르테를 향해 길을 떠난다. 하지만 우연히 기차가 지나가는 찰나를 노려 존은 사라지고 그를 놓친 후안은 할 수 없이 기차를 타고 일행인 자신의 아이들과 메사 베르테를 향한다. 기차를 타는 도중 후안은 책을 읽는 인텔리한 신사를 건너편 좌석으로 마주보게 되는데, 남자는 자신의 얼굴을 아는 경찰을 만나 곤욕을 치르는 후안을 도와준다. 이후 메사 베르테에 도착한 후안은 기쁜 마음으로 은행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지만 익스트림 롱쇼트로 보여지는 메사 베르테의 배경은 군세력과 총독에 의해 지배되는 암울한 멕시코의 모습이 연상된다. 수많은 군인들이 열을 맞춰 길을 지나다니고, 벽을 사이에 두고 몇 명의 남자들을 세워 둔 후 총살형을 시키는 모습은 군인들에 의해 지배당한 거리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총독은 시민을 사랑한다'는 포스터로 도배되어진 벽들을 통해 멕시코를 지배하는 총독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메사 베르테 은행을 먼거리에서 바라보던 후안은 은행의 건너편 식당에서 유유히 식사를 하는 존을 만나게 된다. 후안은 존을 보자마자 식당에 들어가 그를 협박하지만, 존은 그의 협박을 가볍게 무시하고 그를 아래층의 비밀기지로 데려온다. 은행을 털려는 계획을 세우려고 지하로 내려온 줄 알았던 후안은 수많은 남자들이 모여있는 것을 알고 당황한다. 그리고 한 남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다름아닌 기차에서 자신을 도와준 남자인 비엘가 임을 알게 된다. 그들은 다름아닌 멕시코의 총독으로부터 민중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모인 혁명단체 멤버들이었던 것이다. 후안은 혁명 단체의 계획을 듣고 당황하지만 존과 함께 은행을 털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 생각없이 그들과 함께 협력하게 된다. 존의 도움으로 후안의 일행들은 은행에 잡입해 돈을 털려고 하지만 막상 은행 안에는 돈 한 푼도 찾아볼 수 없다. 지하 창고를 발견한 후안은 기쁜 마음으로 문을 하나씩 열어보지만 창고의 문을 연 순간 나오는 것은 돈이 아닌 창고 속에 갇혀 있던 남자들이다. 사실 후안이 털려고 했던 은행은 총독에 의해 정치범 수용소로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후안이 문을 하나씩 열면서 돈이 아닌 사람들이 늘어나는 과정은 유머러스한데 돈을 털려고 했던 은행털이범이 혁명 영웅으로 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얼떨결에 혁명 영웅이 된 후안이 지도를 깔아뭉개자 존은 그건 너의 조국이다 라고 농담조로 말하지만, 후안은 나의 조국은 나의 아이들이라고 말하면서 조국에 대한 냉소를 보여준다. 후안과 존은 혁명에 관한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후안은 '혁명은 유식한 인간들이 가난한 자들을 선동한 후 자신들은 가만히 있는 것이다.' 고 말하면서 혁명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한편 지식인 계층의 무책임한 행동을 비난한다. 지식인들은 항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민중들을 선동하지만 혁명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지식인들이 아닌 민중들 이다. 민중들이 혁명에 참여하면서 혁명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지만 지식인 계층들은 그들의 죽음을 본받아 혁명에 헌신하지 않고 민중들의 죽음으로 얻은 권력을 유지하는 데에만 열정을 쏟는다. 후안은 비록 배우지 못하고 가난한 무산자 이지만 많이 배운 인텔리 혁명가들보다도 현실을 제대로 꿰뚫는다. 후안의 말을 들은 존은 자신이 읽던 바쿠닌의 책을 던져 버리는데 아마도 후안의 말을 듣고 이론만 앞세운 체 행동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혁명은 우아한 문학이 아닌 폭력이다.'라는 마오쩌둥의 문구와도 연결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는데, 혁명은 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면서 느끼는 것이 아닌 결국 폭력적 행동을 통해 실천하지 않으면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후 영화는 존 말로리와 비엘가의 갈등을 통해 혁명의 방법론에 대한 두 가지 시각을 보여준다. 혁명단체를 소탕하기 위해 군터라는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이 군대를 끌고 오자 비엘가는 모든 인원들을 동굴로 숨긴 후 때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존은 '지도자들은 살아남아 민중들을 지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비엘가의 소극적인 행동에 냉소적인 시각을 취하면서 혼자 남아 적을 상대하기로 한다. 순진한 후안은 존의 행동을 보고 특별한 계략이 있는 줄 알고 자신의 자식들을 비엘가와 함께 떠나보내고 존과 함께 다리를 지키게 된다. 이 때부터 후안과 존은 서로를 인정하고 우정을 나누는 친구이면서 혁명을 위해 몸소 싸우는 투사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불리한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존의 폭탄을 이용해 정부군에게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하지만 동굴로 돌아온 후안은 절망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비록 무식한 도둑이었지만 신에 대한 믿음이 충실했던 후안은 자신이 메고 있던 목걸이를 떼어 던져 버리고 정부군을 향해 달려든다. 이후 존의 시선을 통해 동굴 속에 남은 사람들의 최후를 보여주는데, 끝없이 누워 있는 마을 사람들의 시체와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한체 비참한 죽음을 당한 아이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정부군의 잔인한 보복행위들을 보여준다. 결국 혁명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혼자 살아남은 존은 비내리는 밤에 시내에 몰래 잠입하던 중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한다. 혁명에 가담한 사람들을 한 줄로 모이게 한 후 차에 탄 군터와 한 남자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그 남자는 다름아닌 혁명단체의 지도자인 비엘가였다. 비엘가는 동료들을 고발하여 목숨을 유지하였던 것이다. 혁명 가담자들을 총살형시키는 총소리와 함께 존의 과거의 기억이 플래쉬백되어 나오는데, 경찰에게 붙잡힌 친구가 자신과 같은 멤버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던 존이 경찰을 향해 총을 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내리는 밤동안의 총살 이후 정부군은 한 남자를 향해 총살형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남자는 다름아닌 후안이었다. 마지막 죽음을 앞두고 후안이 눈을 감고 모자를 덮으려던 찰나, '엎드려, 이 멍청아'라는 대사와 함께 오토바이를 탄 존이 등장해 그를 구출한다. 존과 후안은 간신히 살아남아 미국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남자들을 벽에 세운 후 총살형시키는 군인들의 모습을 기차칸 사이로 목격한 후안은 절망에 빠진 나머지 말을 잃는다. 혁명의 비참한 실패를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아대는 정부군의 모습으로 보여주던 영화는 한 남자를 등장시킴으로서 다시 혁명의 희망을 불어넣는다. 군대가 기차를 호위하면서 한 남자가 기차에 오르는데 그 남자는 다름아닌 포스터 속에서 등장하던 총독이었던 것이다. 그를 호송하던 기차가 혁명군 게릴라들에게 습격당하자 총독은 도망치기 위해 존과 후안이 숨고 있었던 기찻간으로 들어온다. 총독은 돈을 들이대면서 목숨을 구걸하지만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후안은 그를 총으로 사살함으로써 복수를 갚는다. 총독을 죽인 후 존과 후안은 멕시코에서 벗어나 미국으로 향하려 하지만 은행털이 때처럼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환호 받는다. 후안은 본의 아니게 다시 민중의 투사가 된 것이다.
혁명군의 수장을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탄 존과 후안은 그 곳에서 비엘가를 만나게 된다. 후안의 행동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그를 칭찬하는 비엘가를 본 존은 그의 이중적인 행동에 분노한다. 동료들을 배신하면서 목숨을 구걸한 후 다시 혁명의 지도부에서 당당히 고개를 내미는 비엘가를 용서할 수 없었던 존 말로리는 군터의 군대가 기차를 타고 온다는 소식을 듣자 군터의 기차를 향해 돌진할 남자로 비엘가를 지목한다. 존이 비엘가를 지목하는 순간, 큰 목소리를 내던 비엘가는 애써 답을 하지 못한다. 폭탄을 터트리기 위해 남은 존은 비엘가의 행위를 대놓고 그에게 비판하지 않지만 비엘가에게 석탄을 집어넣으라고 명령하면서 그를 모욕한다. 모욕을 참지 못한 비엘가는 분노해 '고문을 차마 견딜 수 없어 협력했지만 지금도 다시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았다'고 자신을 항변한다. 존은 그의 행동에 화가 나 비엘가의 목을 잡는데 플래쉬백을 통해 존이 그토록 혁명에 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고 비엘가의 행동에 분노하는지를 보여준다. 존이 총을 발사하면서 경찰들을 사살했지만 자신의 정체를 말할지도 모를 친구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만 것이다. 동료를 배신하고 살아남은 비엘가의 뻔뻔스런 행동이 친구를 죽여가면서 살아남아야 했던 존에게는 그토록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존의 분노를 깨달은 비엘가는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기차에 자신의 몸을 맡긴다. 동료를 팔아 목숨을 부지했던 비엘가는 스스로를 희생하여 정부군에 큰 타격을 입힘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회복한다.
이후 혁명군과 정부군은 치열한 전투를 전개한다. 기차의 폭발로 큰 타격을 입은 정부군은 대기하고 있던 혁명군에게 죽음을 당하고 존과 후안은 총을 들어 정부군을 사살한다. 서로가 살아있음을 발견한 존과 후안은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올린다. 초반부에서 그토록 싫어하던 두 남자가 정부군과의 전투에서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고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은 끈끈한 우정을 가진 친구이자 혁명투사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후안을 보고 반가워 하던 존의 등을 향해 군터가 총을 발사해 타격을 입힌다. 분노한 후안은 기관총을 군터에게 발사하여 그를 사살하고 존에게 자신이 의사를 불러 올테니 살아남으라고 격려한다. 존은 후안에게 담배불을 빌려 담배를 피우면서 자신의 연인과 친구와 즐겁게 뛰던 과거의 기억을 회상한다. 키스를 나누는 친구와 연인의 모습을 쓸쓸하게 바라보는 존의 과거의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폭발이 일어난다. 사실 그가 피운 담배는 바로 초반부에서 마차를 터트리던 그 폭탄인 것이다. 존의 죽음은 강렬한 화염 속으로 사라지고 후안은 그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제 나는 어찌하란 말인가'라는 마지막 대사를 쓸쓸하게 읊조린다. 존과 후안의 마지막 모습은 혁명의 이념을 떠나 남자들의 강렬한 우정의 비극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생각해보면 영웅본색의 마지막 장면과 유사한 점도 느껴지는데 오우삼 감독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메사 베르테 은행을 먼거리에서 바라보던 후안은 은행의 건너편 식당에서 유유히 식사를 하는 존을 만나게 된다. 후안은 존을 보자마자 식당에 들어가 그를 협박하지만, 존은 그의 협박을 가볍게 무시하고 그를 아래층의 비밀기지로 데려온다. 은행을 털려는 계획을 세우려고 지하로 내려온 줄 알았던 후안은 수많은 남자들이 모여있는 것을 알고 당황한다. 그리고 한 남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다름아닌 기차에서 자신을 도와준 남자인 비엘가 임을 알게 된다. 그들은 다름아닌 멕시코의 총독으로부터 민중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모인 혁명단체 멤버들이었던 것이다. 후안은 혁명 단체의 계획을 듣고 당황하지만 존과 함께 은행을 털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 생각없이 그들과 함께 협력하게 된다. 존의 도움으로 후안의 일행들은 은행에 잡입해 돈을 털려고 하지만 막상 은행 안에는 돈 한 푼도 찾아볼 수 없다. 지하 창고를 발견한 후안은 기쁜 마음으로 문을 하나씩 열어보지만 창고의 문을 연 순간 나오는 것은 돈이 아닌 창고 속에 갇혀 있던 남자들이다. 사실 후안이 털려고 했던 은행은 총독에 의해 정치범 수용소로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후안이 문을 하나씩 열면서 돈이 아닌 사람들이 늘어나는 과정은 유머러스한데 돈을 털려고 했던 은행털이범이 혁명 영웅으로 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얼떨결에 혁명 영웅이 된 후안이 지도를 깔아뭉개자 존은 그건 너의 조국이다 라고 농담조로 말하지만, 후안은 나의 조국은 나의 아이들이라고 말하면서 조국에 대한 냉소를 보여준다. 후안과 존은 혁명에 관한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후안은 '혁명은 유식한 인간들이 가난한 자들을 선동한 후 자신들은 가만히 있는 것이다.' 고 말하면서 혁명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한편 지식인 계층의 무책임한 행동을 비난한다. 지식인들은 항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민중들을 선동하지만 혁명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지식인들이 아닌 민중들 이다. 민중들이 혁명에 참여하면서 혁명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지만 지식인 계층들은 그들의 죽음을 본받아 혁명에 헌신하지 않고 민중들의 죽음으로 얻은 권력을 유지하는 데에만 열정을 쏟는다. 후안은 비록 배우지 못하고 가난한 무산자 이지만 많이 배운 인텔리 혁명가들보다도 현실을 제대로 꿰뚫는다. 후안의 말을 들은 존은 자신이 읽던 바쿠닌의 책을 던져 버리는데 아마도 후안의 말을 듣고 이론만 앞세운 체 행동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혁명은 우아한 문학이 아닌 폭력이다.'라는 마오쩌둥의 문구와도 연결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는데, 혁명은 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면서 느끼는 것이 아닌 결국 폭력적 행동을 통해 실천하지 않으면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후 영화는 존 말로리와 비엘가의 갈등을 통해 혁명의 방법론에 대한 두 가지 시각을 보여준다. 혁명단체를 소탕하기 위해 군터라는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이 군대를 끌고 오자 비엘가는 모든 인원들을 동굴로 숨긴 후 때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존은 '지도자들은 살아남아 민중들을 지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비엘가의 소극적인 행동에 냉소적인 시각을 취하면서 혼자 남아 적을 상대하기로 한다. 순진한 후안은 존의 행동을 보고 특별한 계략이 있는 줄 알고 자신의 자식들을 비엘가와 함께 떠나보내고 존과 함께 다리를 지키게 된다. 이 때부터 후안과 존은 서로를 인정하고 우정을 나누는 친구이면서 혁명을 위해 몸소 싸우는 투사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불리한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존의 폭탄을 이용해 정부군에게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하지만 동굴로 돌아온 후안은 절망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비록 무식한 도둑이었지만 신에 대한 믿음이 충실했던 후안은 자신이 메고 있던 목걸이를 떼어 던져 버리고 정부군을 향해 달려든다. 이후 존의 시선을 통해 동굴 속에 남은 사람들의 최후를 보여주는데, 끝없이 누워 있는 마을 사람들의 시체와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한체 비참한 죽음을 당한 아이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정부군의 잔인한 보복행위들을 보여준다. 결국 혁명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혼자 살아남은 존은 비내리는 밤에 시내에 몰래 잠입하던 중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한다. 혁명에 가담한 사람들을 한 줄로 모이게 한 후 차에 탄 군터와 한 남자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그 남자는 다름아닌 혁명단체의 지도자인 비엘가였다. 비엘가는 동료들을 고발하여 목숨을 유지하였던 것이다. 혁명 가담자들을 총살형시키는 총소리와 함께 존의 과거의 기억이 플래쉬백되어 나오는데, 경찰에게 붙잡힌 친구가 자신과 같은 멤버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던 존이 경찰을 향해 총을 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내리는 밤동안의 총살 이후 정부군은 한 남자를 향해 총살형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남자는 다름아닌 후안이었다. 마지막 죽음을 앞두고 후안이 눈을 감고 모자를 덮으려던 찰나, '엎드려, 이 멍청아'라는 대사와 함께 오토바이를 탄 존이 등장해 그를 구출한다. 존과 후안은 간신히 살아남아 미국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남자들을 벽에 세운 후 총살형시키는 군인들의 모습을 기차칸 사이로 목격한 후안은 절망에 빠진 나머지 말을 잃는다. 혁명의 비참한 실패를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아대는 정부군의 모습으로 보여주던 영화는 한 남자를 등장시킴으로서 다시 혁명의 희망을 불어넣는다. 군대가 기차를 호위하면서 한 남자가 기차에 오르는데 그 남자는 다름아닌 포스터 속에서 등장하던 총독이었던 것이다. 그를 호송하던 기차가 혁명군 게릴라들에게 습격당하자 총독은 도망치기 위해 존과 후안이 숨고 있었던 기찻간으로 들어온다. 총독은 돈을 들이대면서 목숨을 구걸하지만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후안은 그를 총으로 사살함으로써 복수를 갚는다. 총독을 죽인 후 존과 후안은 멕시코에서 벗어나 미국으로 향하려 하지만 은행털이 때처럼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환호 받는다. 후안은 본의 아니게 다시 민중의 투사가 된 것이다.
혁명군의 수장을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탄 존과 후안은 그 곳에서 비엘가를 만나게 된다. 후안의 행동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그를 칭찬하는 비엘가를 본 존은 그의 이중적인 행동에 분노한다. 동료들을 배신하면서 목숨을 구걸한 후 다시 혁명의 지도부에서 당당히 고개를 내미는 비엘가를 용서할 수 없었던 존 말로리는 군터의 군대가 기차를 타고 온다는 소식을 듣자 군터의 기차를 향해 돌진할 남자로 비엘가를 지목한다. 존이 비엘가를 지목하는 순간, 큰 목소리를 내던 비엘가는 애써 답을 하지 못한다. 폭탄을 터트리기 위해 남은 존은 비엘가의 행위를 대놓고 그에게 비판하지 않지만 비엘가에게 석탄을 집어넣으라고 명령하면서 그를 모욕한다. 모욕을 참지 못한 비엘가는 분노해 '고문을 차마 견딜 수 없어 협력했지만 지금도 다시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았다'고 자신을 항변한다. 존은 그의 행동에 화가 나 비엘가의 목을 잡는데 플래쉬백을 통해 존이 그토록 혁명에 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고 비엘가의 행동에 분노하는지를 보여준다. 존이 총을 발사하면서 경찰들을 사살했지만 자신의 정체를 말할지도 모를 친구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만 것이다. 동료를 배신하고 살아남은 비엘가의 뻔뻔스런 행동이 친구를 죽여가면서 살아남아야 했던 존에게는 그토록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존의 분노를 깨달은 비엘가는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기차에 자신의 몸을 맡긴다. 동료를 팔아 목숨을 부지했던 비엘가는 스스로를 희생하여 정부군에 큰 타격을 입힘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회복한다.
이후 혁명군과 정부군은 치열한 전투를 전개한다. 기차의 폭발로 큰 타격을 입은 정부군은 대기하고 있던 혁명군에게 죽음을 당하고 존과 후안은 총을 들어 정부군을 사살한다. 서로가 살아있음을 발견한 존과 후안은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올린다. 초반부에서 그토록 싫어하던 두 남자가 정부군과의 전투에서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고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은 끈끈한 우정을 가진 친구이자 혁명투사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후안을 보고 반가워 하던 존의 등을 향해 군터가 총을 발사해 타격을 입힌다. 분노한 후안은 기관총을 군터에게 발사하여 그를 사살하고 존에게 자신이 의사를 불러 올테니 살아남으라고 격려한다. 존은 후안에게 담배불을 빌려 담배를 피우면서 자신의 연인과 친구와 즐겁게 뛰던 과거의 기억을 회상한다. 키스를 나누는 친구와 연인의 모습을 쓸쓸하게 바라보는 존의 과거의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폭발이 일어난다. 사실 그가 피운 담배는 바로 초반부에서 마차를 터트리던 그 폭탄인 것이다. 존의 죽음은 강렬한 화염 속으로 사라지고 후안은 그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제 나는 어찌하란 말인가'라는 마지막 대사를 쓸쓸하게 읊조린다. 존과 후안의 마지막 모습은 혁명의 이념을 떠나 남자들의 강렬한 우정의 비극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생각해보면 영웅본색의 마지막 장면과 유사한 점도 느껴지는데 오우삼 감독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ps. '석양의 갱들'의 폭파 씬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특히 후반부에서 기차 충돌 씬은 직접 충돌 후 촬영한 장면이어서 그런지 요즘처럼 CG로 만들어진 폭파 장면과는 다른 사실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ps2. 영화 엔딩 장면에 울려 퍼지던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전율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마치 샹송처럼 남성 보컬이 '숑숑숑' 하는 부분도 특징이지만, 후반부 여성 보컬의 허밍이 정말 인상적인 음악이었다.
Ennio Morriconne - Duck, you su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