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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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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가 없는 곳에선 죽음의 가치가 높다. 왜냐하면 현상금 사냥꾼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석양의 건맨'은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를 쫓는 현상금 사냥꾼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두 남자를 순차적으로 보여주면서 현상금 사냥꾼들의 무서움을 인상적으로 표현한다. 성경을 읽는 말끔한 차림의 남자는 기차를 비상 정지시키면서 외딴 역에 내린다. 승무원은 기차를 함부로 비상 정지시킨 남자에게 이유를 따지려 하지만 그의 허리에 차인 총을 보면서 오히려 꽁무니를 내리며 사라진다. 이후 영화는 남자가 현상금이 걸린 남자를 사냥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보통 근거리에서 권총으로 멋진 총솜씨를 보여주는 무법자들과 달리 장거리용 장총으로 조준하면서 범죄자를 사냥하는 남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후 영화는 또 다른 현상금 사냥꾼인 몬코라는 남자를 소개하고 있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기한 몬코는 전편인 '황야의 무법자'처럼 권총으로 멋진 총솜씨를 보여주는 남자이다. 몬코가 범죄자와 한패였던 보안관의 뱃지를 떼어내는 모습과 자신이 원하는 호텔의 방에 머물기 위해 숙박하던 남자를 쫓아내는 모습을 통해 현상금 사냥꾼의 무소불위의 힘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는 잔학한 범죄자를 등장시키면서 앞에서 보여준 두 현상금 사냥꾼의 목표가 됨을 암시하고 있다. 무법자들은 감옥에 몰래 잠입하면서 한 남자를 구출한다. 부하들로부터 감옥에 나온 남자는 자신의 방에 있던 죄수를 죽인 후 보초병들을 하나씩 잔인하게 살해한다. 유일하게 살아 남은 보초병에게 '살아남아 나의 악행을 알려라'고 말하면서 껄껄 웃어대는 악인의 잔학한 웃음 후 영화는 현상금이 걸려있는 그의 얼굴을 보여준다. 인디오라고 불리는 갱단의 두목에 걸려있는 현상금을 받기 위해 두 남자는 갱단이 금고를 약탈할 은행을 향해 말을 타고 갱단들을 추적한다.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던 두 현상금 사냥꾼은 시간이 지나면서 똑같은 목표를 지켜보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말쑥한 옷차림을 한 콧수염 남자가 한 때 대령이었던 더글라스 몰티머라는 사실을 알아낸 몬코는 자신의 사냥감을 건드리려는 몰티머에게 손을 떼게 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를 손보려 한다. 두 현상금 사냥꾼은 처음으로 대면하면서 서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가방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던 두 남자는 모자를 통한 총솜씨로 서로의 개성을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몰티머가 떨어진 모자를 주으려는 순간마다 몬코는 총을 쏘면서 모자를 잡으려는 몰티머를 도발한다. 조금씩 두 사람의 거리가 멀어지며 몬코의 총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순간, 몰티머는 자신의 특수 권총으로 멀리서 몬코의 모자를 맞추면서 원거리에서 총을 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두 남자는 술을 마시면서 화해한 후 서로의 목표에 대해 협력할 것을 논의한다. 수가 많은 인디오 갱단을 상대하기 위해 몬코는 인디오의 부하로 들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몰티머는 멀리서 인디오 일당을 추적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결정한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일시적으로 협력한 몬코와 몰티머는 콤비과 되어 인디오 일당을 추적하지만 가끔식 서로의 견해차로 대립하기도 한다. 몬코는 몰티머를 따돌리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그를 제치려 하지만 몰티머는 오히려 몬코의 생각을 헤아리고 그보다 한 수 먼저 행동한다.

영화는 인디오는 자신을 감옥에 넘긴 현상금 사냥꾼의 가족을 잡아 그들에게 복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의 잔학성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인디오가 현상금 사냥꾼과 총대결을 벌이기 위해 내민 회중시계를 보여줌으로써 시계와 관련된 인디오의 과거를 암시한다. 이후 인디오가 담배를 피면서 흐물거리는 영상을 통해 그의 과거를 보여주는데, 회중시계를 선물하는 남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인디오의 탐욕스런 시선을 보여줌으로써 인디오가 회중시계와 관련된 기억을 점차적으로 표현한다. 한편 영화는 몬코와 몰티머의 대화를 통해 몰티머의 숨겨진 과거를 암시하고 있다. 왜 현상금 사냥꾼이 되었냐는 몬코의 물음에 몰티머는 자신도 한 때 몬코처럼 혈기 넘치는 시절이 있었지만 어떤 계기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신중해졌다는 말을 한다. 영화는 몰티머가 현상금 사냥꾼이 된 계기를 직접적으로 묘사하진 않지만 그가 회중시계를 보는 모습을 통해 몰티머가 단순히 돈 때문에 인디오를 쫓는 것이 아님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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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석양의 무법자'에서 악한 남자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여주었던 리 반 클리프는 이 영화에선 그야말로 간지의 절정을 보여준다. 시가를 물며 특유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이 영화에선 리 반 클리프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이 영화에는 '아귀레 신의 분노', '노스페라투' 등으로 유명한 클라우스 킨스키가 인디오의 부하로 출연하다는 점이 특징인데, 리 반 클리프와 주점에서 담뱃불을 두고 서로 경계하는 장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ps2. 전작인 '황야의 무법자'처럼 휘파람 소리로 연주되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일품이다.



Ennio Morriconne - For A Few Dollars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