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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굿바이 칠드런 (Au Revoir Les Enfants, 1987)

'굿바이 칠드런'은 2차 대전 당시 있었던 두 아이의 우정을 그린 영화이다. 하지만 루이 말 감독은 아이들의 순수한 우정이 시대적인 비극으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그리면서 줄리앙을 통해 어머니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아이가 점점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줄리앙은 어머니와 떨어져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체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의 품을 벗어나지 못한다. 줄리앙의 여린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는 아이같은 아들의 응석을 나무라면서도 남자로 변장해 너와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하면서 아이를 떼어내지 못한다. 이마에 남긴 어머니의 키스 자국을 그대로 둔 체 풍경을 바라보는 줄리앙의 모습은 아직 소년 티를 벗어나지 못한 아이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줄리앙이 다니는 학교는 여러 명의 아이들과 함께 기숙하며 생활하는 카톨릭 학교라는 점이 특징이다. 아이들은 카톨릭 학교의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일탈을 시도한다. 신부들의 눈을 피해 담배를 피우고 야한 사진을 훔쳐보면서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꿈꾸는 아이들의 모습은 억압된 교육체계에서 벗어나려는 것처럼 보인다. 엄격한 카톨릭 교리에 의해 운영되는 학교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체 이성에 대한 관심을 야한 사진이나 아라비안 나이트를 통해 호기심을 충족시켜 나간다. 줄리앙이 항상 꿈을 꾸다가 침대에 오줌을 싸는 모습과 목욕탕에서 물에 담근 체 음악 선생님의 목소리를 상기하면서 앉아있는 모습은 신체적으로 성적인 남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자신과 다른 모습을 한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을 엿볼 수 있다. 목발을 타고 서로 넘어뜨리는 놀이를 하던 도중 십자군 전쟁의 사자왕 리처드와 살라딘을 연상시키는 대사를 서로 말하며 상대방을 향해 적대감을 보여주는 아이들의 모습은 자신과 다른 민족과 종교를 적대시하는 프랑스인들의 내면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줄리앙의 학급에 전학 온 장 보네라는 아이가 처음부터 따돌림을 받는 모습은 자신과 다른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줄리앙은 장 보네라는 아이를 만나자마자 날 귀찮게 하면 가만 안두겠다는 엄포를 내면서 그를 외면한다. 항상 수업을 듣는 대신 책을 즐겨있는 줄리앙과 달리 수업에 성실히 임하며 모범생 같은 행동을 보이는 장 보네의 모습은 대조적으로 느껴진다. 게다가 줄리앙이 호감을 갖고 있는 아름다운 음악 선생님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능숙하게 하는 장 보네를 바라보면서 줄리앙의 눈빛은 질투로 가득차게 된다. 하지만 줄리앙은 자신과 다른 장 보네라는 아이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면서 그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기 시작한다. 독일군이 올 때 다른 아이들과 달리 숨어 있어야 하는 장 보네가 유태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줄리앙은 유태인이란 존재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차게 된다. 줄리앙은 자신과 다른 종교를 가진 장 보네가 다른 아이들이 잠든 사이 몰래 촛불을 켜고 유태교 식의 기도를 하는 그의 모습을 호기심있게 바라보고, 자신과 달리 부모님과 몇 년간 떨어져 있으면서도 무덤덤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장 보네의 모습에 놀라워 한다. 줄리앙은 장 보네의 숨겨진 이름을 언급하면서 그와 싸움도 벌이지만 아이들 답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어울리면서 우정을 키워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