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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체인질링 (Changeling, 2008)

1928년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체인질링'은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자신의 아이가 뒤바뀌어 버린 한 여인의 기구한 삶을 그린 영화이다. 인간의 아름다운 아이를 트롤 같은 요정이 못생긴 아이로 뒤바꾼다는 유럽의 설화인 '체인질링'처럼 영화의 주인공인 크리스틴 콜린스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LA 경찰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아이가 바뀌게 되는 어이없는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다. 영화는 아이를 잃어버린 여성의 비극적인 일생을 그리면서 그 속에서 벌어지는 헤프닝을 통해 무책임한 공권력이 인간의 삶을 파멸시킬 수 있음을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크리스틴 콜린스는 자신의 아들인 월터를 홀로 키우는 싱글맘이다. '책임'이라는 상자를 두고 도망가버린 남자 없이 홀로 살아가는 크리스틴에게 아들의 존재는 그녀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일 것이다. 월터와 채플린 영화를 보기로 약속한 날 인력이 부족하다는 연락을 받은 크리스틴은 어쩔 수 없이 월터를 아는 사람에게 부탁한 체 길을 나선다. 일을 끝낸 후 아들을 만나기 위해 초조한 기분으로 집에 도착한 크리스틴은 자신의 아이가 집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크리스틴은 애타게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전화의 목소리는 그저 사라져버린 아이의 잘못만 언급할 뿐 24시간이 지나야 실종 접수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무책임한 경찰의 목소리를 들은 크리스틴은 항의조차 하지 못한 체 그저 기다릴 뿐이다. 하루 이틀 지나던 월터의 실종은 이제 몇 개월이 지나도록 행방이 묘연해진다. 이 때 영화는 장로교 목사인 구스타브 브리그랩이란 남자를 등장시킨다. 구스타브의 설교를 통해 영화는 당시의 LA 경찰의 부패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기관총 특공대'라는 조직을 통해 경찰에게 대항하는 사람들을 처형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암흑가와 거래하던 당시의 경찰들을 비난하는 그의 목소리는 훗날 있을 여인의 비극이 바로 경찰의 공권력에서 비롯됨을 암시한다.

수 개월동안 숨죽인 체 아이의 귀환을 기다리던 크리스틴은 어느 날 자신의 직장에 찾아온 존스라는 형사를 통해 자신의 아이인 월터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애타게 기차역에 도착한 크리스틴은 자신의 아이를 향해 달려가지만 아이를 본 순간 아무말도 하지 못한 체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월터란 아이는 그녀가 생전 처음 보는 아이였던 것이다. 크리스틴은 아이를 본 후 형사에게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경찰의 위신을 세우기 바쁜 형사는 그녀에게 오랫만에 해후한 나머지 기억에 착각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한다. 얼떨결에 처음 보는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인정해버린 크리스틴은 점점 정신적인 혼란을 겪게 된다. 자신이 월터라고 주장하는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아이가 월터가 아님을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들을 찾아내지만 존스는 그녀의 이의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는 커녕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크리스틴이 원했던 것은 단지 월터의 수사를 계속해달라는 것 뿐이었지만 존스는 아이를 되찾은 그녀가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한다고 일축한 체 그녀를 믿지 않는다. 급기야 구스타브 목사의 제안으로 크리스틴이 소송을 제기하려 하자 존스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그녀를 경찰서로 소환한다. 존스는 이제 크리스틴을 아이를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헤픈 여자라고 모욕한다. 존스는 크리스틴의 이의 제기를 공권력에 대항하는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그녀를 정신병원에 수감시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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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담당한 음악이 인상적인데, 쓸쓸한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재즈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더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Clint Eastwood - Changeling End Theme

ps2.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분노해본 적은 정말 오랫만인 것 같다. 실화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어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 속의 LA 경찰의 모습이 왜 이렇게 현대의 대한민국과 오버랩되던지... 영화는 정말 좋았다. 이렇게 눈물나도록 슬프다가도 정신이 바짝 들 만큼 공포스럽고 긴박감 있게 영화를 만든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최고 작품이라 말할 순 없지만 1월에 본 영화 중 최고라고 감히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