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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낮술 (Daytime Drinking, 2008)



단돈 1천만원으로 만들었다는 영화를 볼 때에도 입장료는 똑같은 7천원이다. <낮술>은 작품에 대한 홍보가 비교적 적확하게 이루어진 탓인지 최소한 때깔에 대한 불만 사항은 접수되고 있지 않는 듯하다. 독립영화 신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계시다는 <워낭 소리>쪽과는 달리 그야말로 보실만한 분들만 와서 보고 계신 모양이다. 그외 분들에게 1천만원 짜리 영화라는 사전 정보는 1천만원짜리 때깔을 각오하시라는 소리나 다름이 없다. 사실 장편 영화 한 편에 1천만 밖에 들지 않았다는 얘기는 뻔한 숫자 놀음이다. 감독, 배우들과 스텝들의 인건비, 그외 다양한 비용 항목 따위가 거의 포함되지 않은 그야말로 기록을 위한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숫자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빛(이라 쓰고 불굴의 도전 정신이라 읽는다)을 던져줄런지도 모른다. <낮술>의 홍보 과정에서 기록적인 초저예산 제작비가 언급되었던 부분의 의미를 나는 그렇게 이해하려고 한다.

<낮술>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진정성이니, 미학이니 하는 양 어깨에서 힘을 빼고 가장 먼저 재미있는 영화가 되고자 했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중언부언하고 있는 대사 정도는 충분히 사전에 다듬을 수 있었을텐데 또 대충하고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낮술>은 무엇보다 재미를 주고자 했고 또 그 약속했던 그 재미를 선사하고 또 남겨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나머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는 자연스럽게 너그러워질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영화이든지 만듬새에 대한 불만이 있기 이전에 그 작품 전반에 대한 불만족이 있게 마련이지 않던가. 그런 점에서 <낮술>은 관객의 마음을 먼저 사로잡을 줄 알았던 작품이라 하겠다. 여전히 7천원 입장료를 내고 보는 관객들의 일반적인 기대 가치에 대해서는 접어두고 하는 얘기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