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art :: 낮술 (Daytime Dr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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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실의에 빠진 혁진을 위로하며 강원도로 놀러 가자고 한다. 그러나 막상 강원도에 도착한 혁진은 친구들이 어젯밤의 과음으로 모두 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쩔 수 없이 혼자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한다. 그리고 그러한 예기치 않은 일들이 계속 일어나면서 여행은 끊임없는 유머로 채워지게 된다. 강원도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는 일상 속의 판타지가 현실에서는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 모습들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낮술>이 매우 재밌는 영화라는 사실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재미는 예쁜 여자한테는 한없이 끌리는 데다가 다소 우유부단한 혁진의 성격 자체에서 나온다. 또한 같이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내 속까지 쓰린 느낌이 들 정도로 빈번하게 나오는 음주 장면에서처럼 혁진이 거절하지 못하고 계속 마시는 술은 상황을 더욱 증폭시킨다. 물론 술을 마시면 이성이 마비되는 것은 혁진만이 아닐 것이다. 여자와 술에서 떨어질 수 없는 혁진에게서는 자연스럽게 <강원도의 힘>을 비롯한 홍상수 영화의 남자들이 떠오른다. 어떻게 보면 <낮술>은 홍상수 영화에서 불쾌함을 제거하고, 경쾌함을 더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를 가도 변하지 않는 무료하고 단조로운 현실이 있는 <강원도의 힘>과 달리 <낮술>에서의 강원도는 오지 않는 버스를 포기하고 가다가는 어디선가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호랑이를 마주할 수도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밖에서 한가롭게 컵라면과 소주를 맛있게 먹기에는 굉장히 추운 곳이기도 하다.




술을 마신 사람들이 평소랑 다른 분위기에 휩싸이는 것처럼, 혁진 또한 원하지 않던 쓰라린 체험을 하게 된다. 함께 술을 마시자고 하던 예쁜 여자는 다른 남자와 함께 혁진의 지갑과 바지를 훔쳐 달아나며, 자신을 더듬는 게이 남자나 걸핏하면 욕을 내뱉는 안 예쁜 여자와는 피할 수 없이 부딪치고 만다. 술이 술을 마신다는 말처럼, 마음 속에 누구나 있을 법한 작은 욕망들은 점점 불어나 상황을 꼬이게 만든다. 그러나 이 영화를 이성애자 남자의 욕망에 대한 단순한 비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서로가 서로에게 판타지를 투사하고 충족하는 욕망의 구조를 재치있게 표현하는 것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혁진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또한 계속해서 오해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혁진은 서울에서 온 돈 많은 남자나 버스 옆자리에 앉은 서울 남자가 되고, 게이 남자에게는 팬티만 입고 있던 남자가 된다. <낮술>은 이러한 판타지의 보편성을 통해 판타지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간명하게 드러낸다. 적어도 혁진에게 애인이 다시 생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서 영화의 결말은 마치 강원도 자체가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 되어 여행이 영원히 계속되리라는 인상마저 준다.

<낮술>은 영화제들을 통해 많은 호응을 얻은 것처럼 극장에서의 반응도 매우 좋았다. 어떻게 보면 너무 가벼워 보이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1천만원이라는 적은 제작비로도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나가는 솜씨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00만명을 돌파했다는 <워낭소리>와 더불어 많은 관객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다양성 영화 마케팅 지원 사업도 없어지고, 산업의 논리를 통한 정부의 태클은 더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돈되는 컨텐츠로서가 아닌 독립영화 자체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이번 기회에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Posted by 환빛 / 영화 @ theater / 2009.02.2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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