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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하나의 비밀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모든 것


단 하나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려야 했던 여자와
그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단 한가지 밖에 없었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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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연출과 <디 아워즈>를 각색했던 데이빗 헤어의 매끄러운 각본, 각종 시상식에서 당당하게 인정받은 케이트 윈슬렛의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연기와, 랄프 파인즈를 비롯하여 끝없이 등장하는 유럽 출신 명배우들의 향연 - 법대 교수로 출연한 브루노 간츠, <에쥬케이터>에 나왔던 부르크하르트 클라우스너, 오랜만에 얼굴을 보게 된 레나 올린, <포 미니츠>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한나 헤르츠스프룽 등등...

나치 부역자에 대해 중립적인 시각을 보여준다는 면에서는 루이 말 감독의 <라콤 루시앙>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먼저 생각나는 영화는 끌로드 샤브롤 감독의 <의식 La Ceremonie>이다.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는 그녀들의 선택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본다면, 이 세상에 그보다 중요한 것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무지가 죄악이라고 말하는 것은 잔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지가 자동적으로 면죄부를 부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는 한나가 가엾다는 생각으로 눈물을 흘렸지만, 그 후에 생각을 거듭할수록 점점 더 마이클을 이해하게 되는, 자꾸만 곱씹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