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 home

[리틀 칠드런] 또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미국 중산층 가정의 비극


그동안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기는 했으나 미처 보지 못했던 영화, <리틀 칠드런>을 DVD로 감상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눈부신 연기를 보여준 케이트 윈슬렛의 또다른 호연을 기대하면서 고른 영화이기도 하다. 토드 필드가 연출했으며, 불륜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 속에서 나는 또다른 에이프릴을 만났다. (에이프릴은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케이트 윈슬렛이 맡은 여주인공임.) 실제로 <리틀 칠드런>에서 케이트 윈슬렛은 에이프릴이 했을 것만 같은 대사를 명료하게 내뱉는다.

It's the hunger.
The hunger for an alternative, and the refusal to accept a life of unhappiness.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틀 칠드런>의 여주인공 새라(케이트 윈슬렛)는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딸 루시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가십거리로 잡담을 하는 동네 부인들 옆에서 자신은 저들을 연구하는 인류학자라고 상상을 하며, 자신은 저들과는 다르다고 믿고 싶어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느날 놀이터에 아이를 데리고 나타난 남자 브래드(패트릭 윌슨)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잘 나가는 부인(제니퍼 코넬리)을 둔 전업주부 남편이다. 동네 부인들은 그에게 "완소남(Prom King)"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동경하고 있지만 감히 말을 붙이지는 못한다. 대담하게 그와 인사를 나눈 새라는 그에게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고, 브래드 역시 새라에게 이끌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는 단순히 두 주인공의 불륜에만 촛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보스턴 교외의 중산층들의 보수성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보통 사람들이 인정하는 기준과 잣대에 맞춰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며, 조금이라도 그 잣대에서 벗어나거나, 조금이라도 위험한 대상이 나타나거나 하는 경우에는 지나치게 겁에 질려서 과잉 반응을 보이는, 그들만의 편협한 세상을 비꼬는 것이다. 출옥하여 마을에 돌아온 성도착 범죄자 로니에 대한 마녀사냥을 보여줄 때 등장하는 전직 경찰 래리는 자신의 무력감과 외로움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는, 그래서 로니에 대한 위협에 집착하는 나약한 인물일 뿐이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인 "리틀 칠드런"은 그들이 돌봐야 하는 어린 아이들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기보다는 미성숙한 어른들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에서 아이들이 뛰어놀아야 하는 놀이터는 평화롭고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 긴장되고 위험한 공간으로 그려진다.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서 육아에 서툰 더스틴 호프만이 동료 엄마들로부터 조언을 얻는 따뜻한 공간이었던 놀이터는 영화 <리틀 칠드런>에서 다른 엄마들 앞에서 능숙한 엄마를 연기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온건하고 보수적인 가치관이 강요되는 공간이며, 때때로 범죄자가 출몰하는 두려운 공간이다. 결국 보스턴 교외의 주택가는 <마담 보바리>를 재해석하며 일탈과 자유를 꿈꾸는 새라에게 또 하나의 갑갑한 <레볼루셔너리 로드>일 뿐이다. (영화의 음악을 맡은 토마스 뉴먼은 <레볼루셔너리 로드>와 또 한번 겹쳐진다.) 미래를 바꾸고 싶어하지만 다시 현실에 주저앉고 마는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는 시대와 장소를 넘어 원작 소설을 통해, 그리고 영화를 통해, 그리고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계속해서 되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