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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똥파리 (Breathless / 양익준 감독, 2008)


화려한 볼거리와 다채로운 이야기로 관객의 관심을 모으려는 한국 상업영화의 틈 속에서 오직 감정에만 의지한 채 130분의 러닝타임을 끌고 나가는 독립영화 <똥파리>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놀랍고 반갑다. 제목이 전해주는 코믹함과 달리 <똥파리>는 시작부터 거침없는 폭력의 페이소스를 폭발시키며 관객을 스크린에 빠져들게 만든다. 시도 때도 없이 욕설을 퍼붓는 상훈은 폭력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분명 ‘똥파리’처럼 우리가 피하고픈 존재다. <똥파리>는 상훈의 거친 감정 이면에 감춰진 상처를 조금씩 드러내 보이며 연민의 감정을 쌓아간다. 남루한 인생의 비극적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도식적이고 단선적인 부분도 없지 않지만, 양익준 감독은 그러한 허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연출력을 극한까지 몰고 간다. 그 당당한 태도에서 비롯되는 강한 흡입력만으로도 130분 동안 스크린에서 눈을 떼기 힘든 영화다.

* 조이씨네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