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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Khane-ye doust kodjast?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1987)


걸작은 걸작이다. 12년 전에 만들어졌으며, 국내에서는 9년 만에 재개봉하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걸작의 풍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친구에게 공책을 돌려주려는 소년의 짧으면서도 긴 여정을 무심하게 바라본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여백들을 통해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는 동심의 세계를 그려냄과 동시에,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급변하는 이란 사회의 풍경을 차곡차곡 새겨 넣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영화에 묻어나는 동심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여전히 보는 이의 가슴을 움직인다. 웃음과 감동, 그 끝에서 피어나는 깊은 여운까지 어느 하나 만들어진 느낌이 들지 않는 영화적 순수함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거장이 될 수밖에 없었음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 조이씨네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