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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세비지 그레이스 (Savage Grace / 톰 칼린 감독, 2007)


제목부터 아이러니하다. ‘야만적인 우아함’이라니.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40년대 뉴욕 상류층의 고풍스런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오프닝부터, 50년대와 60년대를 거쳐 70년대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스페인, 영국의 화려한 풍광을 한껏 담아낸 <세비지 그레이스>는 치명적일 정도로 매혹적인 영상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교한 카메라 워킹과 편집에서 묻어나는 고급스러운 연출은 상류층 가족의 이면에 감춰진 거친 욕망과 끊임없이 충돌하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세비지 그레이스>는 충격적인 실화를 그저 우아하게 포장했을 뿐, 정작 그 실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애매해 보인다. 근친상간과 동성애, 존속 살해 등 자극적인 소재들도 그저 공허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 조이씨네에 올린 글입니다. (7월 9일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