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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arthouse모모

2009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 페스티벌 (Cannes Lions 2009)


매년 가을 즈음에 씨네큐브에서 상영하던 칸 광고제 수상작을 보기 위해 이대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를 오랫만에 방문했다. 씨네큐브의 운영 주체가 바뀌는 바람에 한 곳에서 계속하던 작품을 이화여대라는 생소한 공간에 가서 (아직까지도 나에겐 너무 생소한 곳이다) 본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졌지만, 씨네큐브에서 상영하였을 때 비해 보다 큰 화면에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좋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다만 씨네큐브 로비에 전시되었던 작년의 운영만 생각한 나머지, 인쇄 광고 전시물들이 극장 로비가 아닌 ECC 다목적 홀이란 곳에 29일 수요일부터 전시될 예정이란 사실을 뒤늦게 아는 바람에 인쇄 전시물을 보지 못한 점이 아쉬었다.. (ECC 다목적 홀이란 곳이 어딘지 이화여대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3번 입구 오른편으로 쭉가면 나오는 것 같다. 한 달에 몇 번씩 영화를 보려고 그 곳을 찾아가는데도 불구하고 여태껏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필름 부문 수상작들을 상영하기 전 국내 업체들의 광고들이 약 5~10분 정도 등장하였는데, 그 중 두 편은 개인적으로 짜증이 절로 나는 광고들이어서 기분이 언짢게 느껴졌다. 뉴데일리의 광고는 강에서 유래하는 생명을 시로 표현한 영상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4대강 개발의 필요성을 연상시킨다는 점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또한 경인운하 개발을 홍보하는 광고인 '경인 아라뱃길' 광고 역시 4대강 개발을 통해 녹색 성장을 만들어내자는 취지의 광고여서 와닿지 않았다. 칸 국제 광고제에 등장했던 공익 광고가 함께 동참하길 원하는 취지의 캠페인 광고여서 공감이 절로 가는데 반해, 앞에서 등장한 국내 광고는 녹색 성장이란 개념을 강 유역 개발과 연결시켜서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최사나 후원사들의 영향 때문에 나온 광고였을 것 같지만 기분이 썩 좋게 느껴지진 않았다.

수상작들 중 인상깊게 느껴진 작품 몇 편에 대한 느낌을 적어보고자 한다. 필름으로 봤을 때 나온 경고문을 보니 인터넷을 통한 게시가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져서 링크는 하지 못했다. 대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광고들은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두었으니 궁금하신 분은 링크를 통해 감상하시길 바란다.

<브론즈부문>

- 체코 국립 박물관의 TV 광고인 'Munich'는 나치 시절 독일이 체코의 수데텐란트 지역을 차지하기로 협의한 뮌헨 협정 조약문이 체코 국립 박물관에 있음을 코믹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 LOEWE 사의 'Sound'라는 광고는 리모콘으로 음향의 다양한 부분을 조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케스트라의 변화를 통해 웃음을 전달하는 광고의 방식이 특징이다.

- Dare 아이스 커피의 광고는 할 말이 있다고 부르는 상대방에게 들을 만한 다양한 상황을 코믹하게 소개함으로써 카페에서 먹는 커피 대신 자사의 제품을 먹을 것을 홍보하는 점이 특징이다.

- 아우디 사의 'Unbox' 광고는 박스를 통해 자동차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반면 폭스바겐 사의 'Park(?)'는 주차가 편리한 자동차의 장점을 코믹하게 표현하고 있다.

- 브론즈 상을 수상한 광고들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코카콜라 스페인의 광고인 'Encounter'라는 작품이었다. 스페인에서 가장 고연령자인 102세 할아버지가 이제 세상에 갓 나올 예정인 한 아이를 만나러 가는 과정을 그린 'Encounter'는 경기침체로 인해 어려워진 사회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날 아이에게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바라는 노인의 진심어린 목소리가 담겨 있다. 경기침체로 힘든 우리나라같은 곳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광고였다고 생각한다.

<실버 부문>

- 나이키 사의 'Fate'는 '석양의 무법자'에 등장하는 'Ecstasy of Gold'를 리믹스한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면서 맞붙게 될 두 명의 남자의 일생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장엄한 배경음악과 교차 편집을 통해 점점 성장해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표현한 점이 특징이다. 반면 아디다스 일본 광고는 이별 통고 대행 작업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아디다스 의류의 특징을 코믹하게 소개하고 있다.

-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공익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익광고들이 많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EDF (Environmental Defense Fund) 의 'Polar Bears'는 온난화로 쓰러져가는 북극곰들의 모습을 비닐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며, 세계인권선언 6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광고 'You are powerful'은 한 시민의 힘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의 현장을 막을 수 있음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한편 영국에서 총기보유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함을 경고한 광고는 사람의 손가락을 총으로 표현함으로써 총기보유의 위험성을 보여주며, 'House of Cards'는 영국의 저소득층 가구들이 집세를 내지 못해 강제퇴거 당하고 있음을 건물에서 떨어져 가는 카드들로 표현함으로써 광고를 보는 사람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애플 사의 'Get a Mac' 광고는 흰색의 심플한 배경에 있는 두 남자를 대칭하면서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비스타를 조롱한다. 수백만 달러를 비스타의 오류 수정에 할당하지 않고 광고비에 충당하는 모습과 비스타를 언급하는 맥측 사람의 말을 부저로 막는 모습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실패를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한다. 존 호즈맨과 저스틴 롱이 PC와 맥을 대표하는 인물로 등장하면서 대화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의 문제점을 조롱하는 점이 특징이다. 애플 사이트(http://www.apple.com/getamac/ads/)에서 이들의 다른 광고들을 볼 수 있다.

- 이직에 관한 기발한 광고도 눈길을 끌었다. 반복적인 장면들을 하나씩 추가함으로써 이직 사유를 소개하는 광고도 흥미로웠고, 극과 극의 사무실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린 이직 광고도 재미있었다.

- 노키아 사의 광고는 이소룡 에디션의 형식으로 출시된 휴대폰 광고였는데, 마치 실제의 이소룡의 모습을 촬영한 듯한 장면을 통해 이소룡의 무술 실력을 코믹하면서도 놀라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이소룡 에디션이 출시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골드 부문>

- 인도 타임즈의 광고 'A Day in the Life of Chennai - Naaka Mukka'는 한 남자의 일생을 인도의 토속음악 가사로 전달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며, 빠른 장면 전환 속에서 들려오는 흥겨운 배경음악이 특징인 작품이었다.

- 수상작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스텔라 아르투아 (Stella Artois) 맥주에 관한 광고였다. "헐리우드가 보지 않길 원했던 오리지날 필름들 (The original films Hollywood didn't want you to see)" 이란 슬로건 하에 만들어진 세 편의 광고는 마치 프랑스의 고전 느와르 영화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표현한 점이 특징이다. 재미있는 점은 세 편의 광고가 헐리우드 영화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오마쥬했다는 점이다. 고전적인 프랑스 느와르 영화를 연상시키는 배경 속에서 각 영화의 특징을 살린 오마쥬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http://www.smoothoriginals.com 에서 세 편의 광고를 볼 수 있으며, 유튜브 채널(http://www.youtube.com/user/smoothoriginals) 을 통해서도 광고를 감상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강력 추천하는 광고 시리즈이니 꼭 보시길 기원한다.

<그랑프리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은 필립스의 LCD TV를 홍보한 'Carousel'이란 작품이었다. 16:9의 일반적인 LCD보다 화면비를 강조한 21:9로 영상을 출력하고 빛의 노출을 강조 하였다는 제품의 특징 소개와 함께 한 편의 영상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점은 배트맨의 조커 일당들을 연상시키는 범죄자들과 경찰들 간의 전투를 담은 장면인데, 마치 정지된 영상처럼 순간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는 장면이 흥미롭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장면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영상이 독특하면서도 기발하다. http://www.cinema.philips.com에서 광고를 볼 수 있는데, 화면비를 달리 하거나 빛의 노출 정도를 달리 함으로써 LCD TV의 차이점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재생 중간마다 등장하는 버튼을 누르면 촬영 당시 지시하는 감독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