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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 (Sogyumo Acacia Band's Story / 민환기 감독,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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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요조를 비롯한 객원멤버들과 함께 활동을 시작한 2007년부터 2008년까지의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음악적 이상을 추구하는 밴드 멤버들과 현실과 어느 정도의 타협을 선택하는 요조의 상반된 모습이 영화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가운데, 영화는 밴드의 두 멤버 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이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고 살아가는 인디밴드의 현실을 조심스럽게 기록해나간다. 굳이 어려움을 감내하면서까지 음악에 인생의 모든 걸 내걸 수밖에 없는 이들의 사연을 통해 영화는 꿈과 열정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함과 동시에, 이들도 우리처럼 비슷한 고민과 선택의 기로 앞에서 갈등을 겪음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영화 전반에 흐르고 있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정겨운 음악이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층 따스하게 만들고 있다.

GOOD: 담백하고 친근하게 담아가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일상들.

BAD: 요조의 팬이라면 영화가 마냥 재밌지만은 않을지도...

* 조이씨네에 올린 글입니다.

-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2005년 1월 데뷔앨범을 발표한 이후, 2장의 정규앨범과 1장의 스페셜 앨범, 1장의 프로듀싱 앨범을 발표하며 주목 받아온 인디밴드. 한때 음악을 하는 것이 꿈이었던 민환기 감독은 우연히 밴드와 함께 밥을 먹게 된 것을 기회로 삼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밴드와 함께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담았다.

- 민환기 감독은 “작지만 아늑한 삶의 보금자리를 만들려는 일상의 사소한 투쟁과 선택에 관한 기록”이며 “갈등을 극복하고 아낌없이 서로에게 힘이 돼주는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으로서 음악을 하는 즐거움과 기쁨에 관한 기록”이라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 영화를 보면 아무래도 요조에 대한 묘사가 조금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민환기 감독 또한 요조보다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특히 은지에게 더 많은 매력을 느꼈으며, 한편으로는 요조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을 기자시사회 후 가진 간담회에서 밝혔다. 친구들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그런 사소한 다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두 멤버들도 덧붙였다. 이들의 갈등이 그리 유쾌해 보이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멤버로 지속되기 어려운 밴드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다.

-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도 그렇고, <반드시 크게 들을 것>도 그렇고, 홍대 앞 인디 신들을 조망하는 다큐멘터리들이 독립영화의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런 작업들이 앞으로도 누군가에 의해 꾸준히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디밴드와 친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인디밴드를 소개하는 기회가 될 뿐더러, 인디밴드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인디밴드를 더욱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