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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3호선 버터플라이 - Nine Days or A Million


한국 인디 음악에 큰 관심이 없던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3호선 버터플라이란 밴드는 이름만 알고 있었지 정작 음악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3호선 버터플라이의 새로운 앨범인 'Nine Days or A Million'을 접하게 되었다. 밴드에 관한 설명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니 10년 전부터 활동하던 밴드였지만 새 앨범은 4년의 공백 후에 작년에 출시되었다고 한다.

정식 앨범이 아닌 EP의 형식으로 발매된 'Nine Days or A Million'은 다섯 곡이 수록되어 있다. 겉보기엔 양적인 부족함이 느껴지는 곡의 수이지만, 막상 음악을 들어보면 곡의 훌륭한 구성이 양적인 부족함을 압도한다. 처음 듣는 사람들도 흥겨움을 느낄만한 곡인 '티티카카'나 점점 고조되는 가사의 반복 속에서 폭발하는 보컬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깊은 밤 안개 속'같은 곡은 3호선 버터플라이를 모르고 있던 나조차 감탄할만한 감정을 전달한다.

짝짝 거리는 박수소리와 일렉기타의 리듬으로 시작되는 '티티카카'는 흥이 절로 나는 리듬으로 이루어진 곡이다. 3호선 버터플라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절로 어깨를 들썩 거리게 만드는 리듬감있는 곡의 구성이 마음에 든다. 두번째 곡인 '무언가 나의 곁에'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반복적인 가사가 점점 고조되는 특성을 지닌 곡이다. 무감각한 느낌으로 가사를 부르다가 중반부 이후 다른 톤으로 가사를 부르는 남상아의 목소리가 따뜻하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깊은 밤 안개 속'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 속의 감정을 흔들토록 만드는 에너지를 지닌 곡이다. '깊은 밤 안개 속 깊은 밤 안개 속/더 깊은 안개 속 깊은 밤 안개 속'이라고 반복하는 가사를 점점 고조감 있고 감정어린 목소리로 호소하는 남상아의 보컬이 정말 인상적인 느낌을 주는 곡이다. 네번째 곡인 'Nine Days'는 유일하게 영어가사로 부르는 곡인데, 차분하면서도 쓸쓸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마지막 곡인 '왠지. 여기. 바다'는 몽환적이고 우울한 멜로디가 넘치는 곡이다.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되던 곡이 후반부에 이르러 몽환적인 사운드로 전환되는 곡의 특징이 인상적이다.

처음 들은 3호선 버터플라이의 'Nine Days or A Million'은 오랫만에 정말 만족감있는 느낌을 주는 앨범이었다. 특히 '티티카카'와 '깊은 밤 안개 속' 그리고 마지막 곡인 '왠지. 여기. 바다'는 개인적인 베스트로 뽑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