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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꼬마 니콜라 - 다같이 악동이 되어 웃어보자.



이 영화를 보기 전엔 마음을 푹 놓아야 한다. '어디 한 번 날 웃겨봐라.' 라는 마음가짐으로 팔짱끼고 볼 것이 아니라 편안한 자세로 귀여운 아가들 보면서 웃어주면 된다. 웃는만큼 동심으로 돌아가고, 동심으로 돌아간만큼 행복해져서 극장을 나오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좀머씨 이야기」의 그림으로 익숙한 장 자끄 상빼의 그림으로 영화 소개가 나열된다. 입체 종이 책처럼 이리저리 장 자끄 상빼의 그림들이 세워지고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펜으로만 그려진 장 자끄 상빼의 그림은 간단해 보이면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영화의 시작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영화는 여러 에프소드를 하나의 굵은 이야기에 맞춰 잘 끼워 놓았다. 담임 선생님의 결근, 대장 정하기, 연극 준비, 돈 벌기 프로젝트 등등 짧지만 웃음짓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오밀조밀하게 잘 배치되어 있다. 책을 읽었던 사람들은 더듬더듬 책을 회상해 보기에도 좋을 듯 하다.

왼쪽 위부터 니콜라, 조르푸아, 알세스, 뤼피스, 클로데르, 외드, 아냥, 요아킴

니콜라와 7명의 개성이 뚜렷한 악동 친구들은 반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이런저런 장난을 치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항상 무언가를 먹고 있는 먹보 알세스, 어마어마한 저택에 사는 부잣집 아들이지만 밉지 않은 조프루아, 힘쎈 외드, 사랑스러운 꼴찌 클로데르, 아빠따라 경찰이 되겠다는 뤼피스, 고자질 쟁이에 똑똑한척은 다하는 아냥의 조합은 어린 시절 같이 놀던 친구들의 조합과 비슷하다. 모두가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친구로 지내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저 같은 반이라는 점 하나로 친구가 되고 고민을 서로 나눈다. 영화를 보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 같이 깔깔 거리며 웃는다.


한 겨울에도 반바지를 입는 아이들은 90분 동안 실컷 웃겨준다. 아이들의 연기는 티없이 맑아서 좋다. 누구나 어린시절을 겪어서 어른이 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선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듯 어른의 사고방식만을 갖게 된다. 꼬마 니콜라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당신도 어린 시절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원작 「꼬마 니콜라」씨리즈가 전 세계에서 번역되어 인기를 끈 것도 결국은 많은 사람들이 어린시절의 순수함을 그리워하고 재밌어 한다는 증거가 될 수 있겠다. 원작을 좋아한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고 대만족할 수 있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을 보고 어찌 화를 낼 수 있을까.

때론 10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다. 누구나 10살을 거쳐 자라기 때문에 그들과 공유할 추억은 한가지씩은 있기 마련이다. 반 꼴찌 클로데르가 쎄느강을 장학사 앞에서 말했을 때 관개들은 아이들과 같이 환호하고 박수를 쳤다. 관객들도 어느새 악동들이 되어 있었나보다.


# 그 밖에..

1. 꼬마 니콜라는 작년(2009년)에 탄생 50주년을 맞았다. 중년의 꼬마 니콜라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영화의 배경은 1950~60년대의 파리 근교의 마을이다. 옷이며 자동차, 건물, 거리에서 1950~60년대의 프랑스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원작의 저자 르네 고시니(왼쪽)과 장 자끄 상빼(오른쪽)

2. 아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힘쎄지는 약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아스테릭스」만화를 보면서 떠올린다. 「꼬마 니콜라」의 원작자 르네 고시니는 「아스테릭스」의 저자이기도 하다.

3. '처형'이나 '킹왕짱'이라는 단어는 의역으로 들어간 것이라 실제 느낌을 그대로 살리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언어유희 코미디는 번역자도 괴롭고 때론 관객도 괴롭다.

4. 영화는 상영할 때 분위기에 따라 많이 좌우되기도 한다. 재밌는 장면에서는 하하하 시원하게 웃고, 꼴찌가 답을 맞췄을 때는 같이 박수 쳐줄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영화를 봐서 더욱 좋았다.


5. 영화를 보는 동안 쉼없이 웃게 만든 꼬마들은 프랑스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오디션을 통해 선발 되었다고 한다. 어쩜 이리도 다들 귀여운지 영화관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특히, 니콜라 역의 막심 고다르는 초절정 꽃소년이라 해도 단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 " 누나 맘을 뒤흔드는 깜찍한 녀석들이 온다!" 라는 문구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