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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아쉬람 (Water / 디파 메타 감독,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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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시타르 연주와 함께 인도의 이국적인 풍경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오프닝만 보고 흔히 인도하면 떠올리게 되는 낭만을 영화에서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쉬람>은 그런 낭만을 벗겨낸 대신, 힌두교라는 엄격한 교리 속에서 자유를 잃은 채 살아가야만 했던 여성들의 아픈 과거를 반추하며 인도의 현실을 담아내려는 영화다. 디파 메타 감독은 어린 소녀 쭈이야의 시선으로 힌두교가 지닌 모순적인 태도를 담아내는 한편, 이뤄질 수 없는 깔랴니와 나라얀의 비극적인 로맨스를 통해 ‘아쉬람’에 갇힌 채 살아가야만 했던 여성들의 아픔을 관객의 마음까지 전달시킨다. 영화 속에서 재현된 1930년대의 인도 바라나시가 그토록 아름답게 보일지라도, 영화 속 여인들의 현실만큼은 인도를 아름다운 나라로만 생각하지 않게 만들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람>은 흠잡을 데 없는 안정적인 연출로 비극적인 현실을 담아내며 관객들의 마음속에 의외의 깊은 여운을 남긴다.

GOOD: 작위적인 듯, 그럼에도 감동적인 엔딩.

BAD: 영화 속 인도 여성들의 고통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슬픈 현실.

* 조이씨네에 올린 글입니다.

- <아쉬람>은 레즈비언이 등장했다는 이유로 인도 내에서 상영이 금지된 <파이어>로 인도영화계의 이슈로 떠오른 문제적 작가 디파 메타 감독의 2005년도 작품.

- 엄격한 힌두교 교리와 여성의 처우를 전면에 노출시킨다는 이유로 힌두교 원리주의자들의 폭동으로 제작 초기부터 촬영을 중단해야 했던 <아쉬람>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스리랑카에서 촬영을 재개, 한정된 예산으로 세트를 세워 1930년대 인도 바라나시를 완벽히 재현해내 영화를 완성시켰다.

- <할람 포> <이프 온리>의 촬영감독 길스 너트건스, <미스 리틀 선샤인> <500일의 썸머>의 음악감독 미카엘 다나, 그리고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제가를 작곡한 A.R. 라흐만 등 인도와 할리우드 스탭들이 함께한 <아쉬람>은 2007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