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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크레이지 하트 (Crazy Heart / 스캇 쿠퍼 감독,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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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잘 나갔지만 이제는 지갑에 달랑 10달러만 있는 퇴물 가수가 뒤늦게 가족과 행복의 의미를 찾아간다. 어디선가 본 이야기 같다고? 그럴 수밖에 없다. <크레이지 하트>는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미키 루크 주연의 <더 레슬러>가 떠오르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스토리의 전개 방향은 물론 그 속에 담긴 감동 또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형성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영화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크레이지 하트>는 영리하게 이러한 한계를 적절한 캐스팅으로 이끌어낸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 귓가를 흥겹게 만드는 컨트리 음악, 그리고 텍사스 지역의 광활한 자연이 전하는 탁 트인 정서로 극복한다. 또한 후반부로 접어들면서도 극적인 감동을 포기한 대신 관조적인 여유를 선택하며 자칫 작위적으로 흐를 수 있는 스토리를 안정적으로 이끈다. 이름만큼이나 ‘나쁜’ 배드 블레이크가 개과천선하는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작은 평안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GOOD: 제프 브리지스의 명연기, 매기 질렌홀의 아름다움, 그리고 콜린 파렐의 깜짝 변신!

BAD: 배드가 주인공이기에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입체적이지 못한 진의 캐릭터는 아쉽다.

* 조이씨네에 올린 글입니다.

- 배우 출신 스캇 쿠퍼 감독의 장편 데뷔작 <크레이지 하트>는 토머스 콥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 퇴물이 돼버린 한 가수의 경험과 영혼을 노래를 통해 진솔하게 표현해야 했던 영화는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앙코르>의 사운드트랙을 작업한 T. 본 버넷과 지난해 5월 암으로 세상을 떠난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 프로듀서인 스티븐 브루튼이 참여해 완성도 높은 사운드트랙을 완성시켰다.

- 스캇 쿠퍼 감독은 대본을 쓸 때부터 제프 브리지스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 또한, 극중에서 직접 노래를 소화하고 절제된 감정으로 연기하는 등 배드 블레이크로 보이기 위해 노력한 제프 브리지스는 얼마 전 열린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3월에 열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라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