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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러브 송 (Les Chansons D'Amour, 2007) - 사랑과 죽음, 그리고 만남




크리스토퍼 오노레 감독의 영화 <러브 송>은 몇몇 이들에게 <사랑의 찬가>로 알려져 있는 영화다. (아마도 퀴어 영화를 좀 챙겨본 사람들 중에는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꽤나 있을꺼라 생각한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영화의 큰 틀은 3부작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챕터 안에서 영화는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사랑 이야기라는게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다. 사랑과 사별, 그리고 새로운 만남에 대해서 말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영화의 시작은 삼각관계다. 줄리와 이스마엘, 그리고 앨리스의 삼각관계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영화 중 1부에서 이들의 관계를 풀어낸다. 남자 한 명과 여자 둘이 나오는 영화들은 꽤 많은데, 이들의 관계는 남자 한명을 여자 둘이 싸우는 관계가 아닌 '셋 다 즐기는'뭐 그런 관계랄까. 뮤지컬 영화 답게 많은 대사를 음악으로 표현해내는데, 1부에 등장하는 노래들은 참 유쾌하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네'라고 말하며 부르던 영화의 첫 곡부터 시작해서, 앨리스가 부르는 '나는 사랑의 전령사'부터 1부의 많은 노래들은 멜로디도 그렇고 참 유쾌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고, 자신들의 관계에 불안을 느끼게 되는 불행한 줄리, 그리고 그녀의 애인인 이스마엘, 그리고 이스마엘을 좋아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 있는 앨리스까지. 이 셋의 관계 속에서 줄리가 심장마비로 죽게 되면서 1부는 끝을 맺게 된다. 영화 제목에서 드러나는 '사랑'이라는 것 중에서의 '행복', '불안함'이 1부에서 보여진다.

 줄리가 죽게 되면서 아픔을 겪게 되는 이스마엘의 이야기가 2부 '부재'이다. 줄리를 잃게 된 이스마엘과 앨리스, 그리고 줄리의 가족. 이들은 그 부재를 떨쳐내려 노력하기도 하기도 하지만 자기 주변, 그것도 가까이에서 존재하던 사람의 부재는 떨쳐내기가 힘들다. 앨리스는 클럽에서 새롭게 만난 남자와 만남을 시작하고, 줄리의 가족은 그 부재를 껴안은채로 아무렇지도 않은척, 또는 그 부재를 인식하면서 삶을 살아간다. 딸의 애인이였던 이스마엘은 줄리의 가족에게 단순히 딸이 죽기 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 그 이상의 존재였기에 줄리의 가족은 이스마엘의 아픔을 치유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스마엘 자신은 그러한 이해가 필요하지 않았고, 그는 줄리의 부재를 인식하며 우울한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아픔'을 본격적으로 다룬 2부는 이 영화 중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2부에 등장하는 노래들은 사랑의 기쁨과 행복을 노래하던 1부와 달리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이다.

이스마엘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것을 다룬 3부 '귀환'에서는 2부에서 보여줬던 우울한 분위기를 약간 안고 있는 채로 영화의 분위기가 한층 밝아지게 된다. 앨리스가 사귀었던 남자의 동생인 '에르완'은 그 밝은 분위기의 결정체였다. 영화 속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밝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에르완'은 이스마엘을 보고 사랑하게 되고 그에게 다가서면서 이스마엘에게 '사랑'의 감정을 주게 되며, 이스마엘은 그의 사랑에 기대며 영화가 끝나게 된다. 사실, 갑자기 퀴어로 영화가 전개되서 약간 당황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스마엘의 새로운 상대는 남여의 성별이 중요치 않았던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것은 드러나고 있는데, 그에게는 단지 '동정이 아닌 그 자신 아픔을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존재'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한다. 결국 에르완과의 만남 속에서 이스마엘은 자신의 공허함과 쓸쓸함이 점차 치유하고, 줄리도 점차 잊게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영화의 배경인 파리에 대한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다. 몇몇 프랑스 영화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파리의 골목길은 이 영화에서도 잘 보이고 있는데, 파리의 쓸쓸한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파리 골목길의 풍경 또한 영화 속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그 풍경은 파리의 상징물인 에펠탑 같은 건축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영화의 쓸쓸한 분위기와는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아직도 '조금 덜 사랑해도 돼, 오래 사랑해줘'라는 나레이션이 자꾸 생각나게 되는 영화다. 이 문장 한마디로 이스마엘의 마음이 표현되지 않았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주변인들의 죽음을 겪는다. 그것이 연인이 되든, 가족이 되든, 먼 친척이 되든, 친구가 되든 말이다. 그 사람이 자신과 친했든지 친하지 않았든지간에 죽음이라는 것은 주변인들에게 큰 상처를 안긴다. 그 사람은 이미 현재가 아닌 '과거'속의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떨쳐내기란 몹시 힘든 일이며, 그 슬픔과 좌절에서 빠져나오기란 몹시 힘들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러한 감정에 대해서 잘 설명해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