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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그녀에게 (She Came From / 김성호 감독,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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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는 여러 면에서 ‘영화, 한국을 만나다’ 프로젝트의 다른 작품들과 차별되는 부분이 많은 영화다. 이전 작품들이 각 도시의 지역성을 영화적인 형식으로 담아내는데 초점을 둔 것과 달리, <그녀에게>는 부산의 지역성보다는 영화 자체의 스토리텔링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부산에 내려온 영화 감독과 시력을 잃어가는 병을 앓고 있는 전직 사진작가, 그리고 기억을 지우는 여행을 하고 있는 미지의 여인 등 영화는 각자 나름의 과거를 지닌 세 인물의 이야기를 현실과 허구의 흐릿해진 경계 속에서 펼쳐나간다. 중첩되고 반복되는 이미지를 통해 흐릿하게 오버랩되는 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영화는 궁극적으로 한 사람에게 새겨진 ‘기억’의 흔적이 어떻게 그 사람의 삶을 얽매는지를 이야기한다. 쉽게 정리하기 힘든 플롯이 만들어내는 난해함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 난해함이야말로 주인공들이 겪는 혼란과 다를 게 없음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GOOD: 록 밴드 ‘코코어’의 보컬 이우성의 연기자 변신,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

BAD: 스토리가 간결하게 정리되는 영화는 아니라는 사실.

* 조이씨네에 올린 글입니다.

- ‘영화, 한국을 만나다’의 네 번째 작품 <그녀에게>는 <거울 속으로>의 김성호 감독이 연출을 맡아 부산의 풍경을 영화 속에 담았다.

- 김성호 감독은 지난 2003년 급작스런 뇌진탕으로 생을 마감한 고 조은령 감독과의 인연에서 이 영화를 구상했다.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된 이야기지만, 김성호 감독은 소품이나 비주얼, 내용 구성에 있어서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환상적인 설정을 더해 자신만의 판타지를 가감 없이 표현하며 영화를 완성시켰다. 부산을 배경으로 영화는 두 남자가 갖고 있는 한 여인에 대한 기억을 현실과 비현실을 교차하며 모든 관계가 한 줄기로 연결돼있다는 메시지를 환상적인 영상으로 녹여냈다.

- <그녀에게>는 올해 전주영화제 한국 장편경쟁부문에 진출해 개봉 전 관객들을 먼저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