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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런웨이에 선 왕가위(싱글맨,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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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톰 포드의 영화 데뷔작 <싱글맨>은
그가 어떻게 쇠락하던 구찌를 화려하게 부활시켰는지 알려주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섹시하고 매끈한 고급 수트와 드레스, 단정하면서도 핫한 셔츠와 자켓을 입은 콜린 퍼스, 매튜 구드, 니콜라스 홀트와 줄리안 무어는 관능적이고 도발적이면서도 몹시 우아하고 아름답다.

우메바야시 시게루의 음악, 몇몇 장면과 색채, 편집이 때때로 왕가위를 떠올리게 했지만, 왕가위의 난해하지만 매혹적인 영화보다 훨씬 더 흡인력이 떨어지는 것은 이 영화가 마치 화려하게 장식한 매끈한 모델이 빈틈 없는 워킹으로 강렬하게 어필하는 런어웨이의 멋진 의상처럼 지나치게 시크하고 훌륭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인상적일 수밖에 없는 건, 완벽한 모습으로 생을 끝내고자 시도하나 끝끝내 실패하고 예상치도 못한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역할을,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땀과 숨결, 결점과 더러움이라고는 완벽하게 사라진 진공 상태를 전혀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또한 절절하게 설명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보는 이를 설득하는 콜린 퍼스의 비통한 눈빛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