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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멋진 일요일 (素晴らしき日曜日, 1947)

'멋진 일요일'은 일요일 날 만나 데이트를 하는 가난한 두 연인의 하룻날을 통해 일본 전후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는 일요일 아침 데이트를 하기 위해 만난 두 연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차에서 내린 마사코는 밝은 모습으로 유조를 만나지만 그는 자신의 현재 처지에 대해 절망과 체념으로 가득차 있다. 담배를 피고 싶어 거리에 떨어진 꽁초를 애타게 바라보고 데이트 비용도 없는 빈털털이 신세이기 때문이다. 마사코는 자신의 돈을 합쳐 35엔으로 일요일을 멋지게 보내자고 설득하지만 유조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마사코의 뒤를 따라다닌다. 이런 두 사람의 대조적인 성격은 주택 모델을 구경하는 모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마사코는 웃음을 띄면서 마치 손님을 맞이들이는 행동을 취하지만 유조는 그런 마사코의 행동을 꿈에 젖어 있다고 비난한다. 꿈을 통해 현실의 비참함을 극복하려는 마사코와 현실 속에서 아등바등 살기 위해 공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조의 모습은 데이트의 과정에서 점점 균열을 일으킨다.

유조는 정직하게 일을 한다고 해서 비참한 환경에서 쉽게 벗아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형편없는 전셋방 하나를 구하는 데에도 자신의 월급을 대부분 희생해야 하는 것처럼 그의 상황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자신의 경제적 처지에 대한 자괴감은 마사코의 낡은 신발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반면 자신보다 열등했던 전우가 카바레 운영을 통해 잘 나가는 지배인이 된 점은 그에게 컴플렉스로 작용한다. 카바레를 구경하고 싶다는 마사코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카바레에 들어간 유조는 직원들에게 모멸감과 비웃음만 얻게 된다. 거울에 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유조의 모습은 비참한 처지에 대한 자괴감을 느낄 수 있다. 유조의 상대적 박탈감은 연주회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정당하게 저가의 표를 사고 싶어도 표를 매점한 암표상에게 비싼 값에 지불해야 하는 부당한 모습을 목격한 유조는 결국 폭발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