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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트루먼 카포티 - 티파니에서 아침을(1958) - 영화의 원작 소설




오드리 햅번과 지방시, 그리고 긴 담뱃대. 그리고 문 리버.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에 대한 이미지다. 할리 고라이틀리라는 고급 콜걸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그야말로 오드리 햅번을 위한, 오드리 햅번 그 자체로 유명한 그 이미지를 창출시키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오드리 햅번의 출연작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는 단연 <로마의 휴일>이겠지만 그 이미지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이 아니던가. 이 영화의 주제가인 문 리버 또한 그녀의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음악이기도 하다.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은 트루먼 카포티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트루먼 카포티가 쓴 이 책은 그를 유명 작가로 떠오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실, 카포티는 이 소설을 쓸 때 '먼로'를 생각하며 썼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그 금발의 여배우 마를린 먼로 말이다. 현재는 워낙 영화가 유명해져서, 카포티의 소설을 읽을 때 오드리 햅번이 절로 연상되지만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먼로가 주인공이었으면 영화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영화는 이와 무척이나 달라졌을 것이고, 먼로의 그 이미지 - 글래머러스하면서도 멍해보이고 건강해보이는 금발 여인- 가 영화에 꽤나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이 원작 소설과 똑같은 것은 아니다. 영화와 달리 소설은 남자 주인공의 회상으로부터 시작하게 된다. 현재의 남자 주인공이 오래전에 사랑했던 한 여인을 회상하는 것인데, 그 여인이 바로 여자 주인공인 할리 고라이틀리인 것이다. 할리는 폴의 아파트 윗층에 사는 여인으로써, 나이트 클럽에서 일하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쾌활하지만 그것이 고독을 잊으려고 하는 발버둥임을 폴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할리는 자신의 외로움을 잊기 위해서 고양이를 키우면서 사는데, 그러한 할리의 모습에 폴은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녀의 생활을 지켜본다.  이렇게 말하자니, 영화와 소설의 스토리는 몹시 똑같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로맨틱한 분위기가 넘쳐 흘렸던 영화와 달리 카포티의 소설에서는 '고독함'이 느껴진다. 여자 주인공인 할리 고라이틀리는 소설에서나 영화에서나 몹시 매력이 넘치는 인물이지만, 영화보다 소설 속에서 더 매력적인데 이러한 이유에 한 몫을 하는 것이 바로 '고독함'이다. 그녀는 몹시 사랑스럽지만 정작 어떤 남자도 그녀를 가지지 못한다. 이러한 모습은 영화의 엔딩 장면과 사뭇 다른 점이다.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은 빗속에서 할리를 지켜보는 폴을 할리가 보면서, 둘의 관계가 진전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설에서는 그와 전혀 다르다. 결국 할리는 맨하튼을 떠남으로써 폴과 헤어지게 된다. 결국 폴과 할리의 관계에서 로맨틱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소설 속 남자주인공에게 작가인 카포티의 자기 반영이 약간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트루먼 카포티는 남성작가로, 게이였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소설 속에는 남자 주인공 폴이 할리의 남자 친구인 호세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구문까지 등장한다. 그가 할리에게 느끼는 것은 그녀의 쓸쓸함에서 비롯된 인간적인 매력이었을 뿐, 정작 소설 속에서 폴은 할리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는 결국 게이였던 트루먼 카포티 본인의 영향을 깊게 받은 캐릭터인 셈을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영화 속 폴의 캐릭터와 무척 다른 점이기도 하는데, 영화 속 폴의 캐릭터는 느끼하면서도 로맨틱하면서도 할리를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그녀를 관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보다 소설에서 더 인상적인 점은 바로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인 폴의 모습이기도 하다. 글쎄, 할리를 관찰하는 폴의 모습에서도 쓸쓸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을까. 이 소설의 배경은 맨하탄으로, 맨하탄은 어느 도시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모른 채 스쳐 지나가는 곳이다. 그래서 가끔 맨하탄 속의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어딘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진다. 그러한 감정은 어느 도시에서나 다 있는 것이겠지만 뉴욕에서는 그 감정이 더 배가 된다.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뉴욕 아이 러브 유>에서도 그랬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화려한 맨하탄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타인이 보는 맨하탄의 이미지일 뿐, 정작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적막함과 쓸쓸함을 느낄 뿐이다. 그래서 여자주인공 할리 고라이틀리에게 정감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너무 외로워서 사랑스러워 보이려는 그녀의 모습에서 현대인의 고독을 느낄 수 있었다는 건 너무 크나큰 비약일까. 나 또한 가끔 쓸쓸함에 몸부림칠 때가 있기 때문에, 할리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고 매력적이기도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