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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LIFE IN A DAY, 2011 (8만 개의 유투브 동영상이 만든 경이로운 영화 '라이프 인 어 데이')


출처 SUN's 프라이빗 패션라이프 | SUPER SUN
원문 http://superfashionsuperlife.com/80137916175


사소한 자극이 불러 들인 엄청난 감동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보통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아주 사사로운 단서들. 나를 움직이는 건 어떤 상황이 아니라, 나를 움직일 만큼의 미묘한 자극. 그 자극 하나면 된다.

요며칠, 정신없던 책 준비를 끝내가서 그런지 아님 요즘따라 내가 하는 일에 이렇다저렇다 혹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뭐라하는 사람이 늘어서 그런지 완전 저기압이였다. 워낙 긍적적인 기운으로 살아가는 지라 스스로 한번 다운되면 이건 뭐~ 대책이 없어진다.


그때 올린 트윗. 이 트윗도 하나의 표현이었기에 <라이프 인 어 데이>라는 멋진 영화를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짜고짜 비판부터 일삼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이런 사람들일 수록 상대적으로 칭찬에는 굉장히 인색하면서 상대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있는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때가 대부분. 극도로 저기압 상태가 이어졌다. 저 트윗을 올릴 때까진 몰랐다. 곧 어떤 변화가 생길 지는. 정말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의욕이 없어서 그 자체로 지쳐 있었을 때였으니까. 얼마 안 있어 지인이 영화제를 함께 보러 가자며 저 트윗에 멘션을 쳤다. 기분이 풀릴 거라며. 알려준 영화제 정보를 차근차근 살펴봤다. 그 중에 가장 보고 싶던 건 <라이프 인 어 데이 LIFE IN A DAY>. 원래는 다른 영화를 보려다 다행히도 막판에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2010년, 유투브에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프로젝트 공지가 올라왔다고 한다. <델마와 루이스> <에어리언> <글래디에이터> 등을 탄생시킨 리들리 스콧 감독과 그가 운영하는 스콧프리프로덕션 제작 및 총괄을 담당하고, 케빈 맥도널드 감독이 총편집을 맡은 <라이프 인 어 데이>. 세계 최초로 사용자가 제작에 참여하는 영화를 만드는 글로벌 프로젝트.



* 참여 방식:
국적에 상관없이 13세 이상의 유투브 사용자는 누구라도 참여가 가능. 2010년 7월 24일 오전 12시 1분부터 오후 11시 59분까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 생활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라이프 인 어 데이> 유투브 공식채널에 업로드.



* 참여 결과:
전세계 197개국에서 접수된 8만여 편의 동영상.



전세계 수 천명의 사람들의 2010년 7월24일 하루가 담긴 동영상을 받아, 2000년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수상자인 케빈 맥도널드 감독과 에디터 팀이 전세계 197개국에서 접수된 8만여 편의 동영상 편집을 맡았고,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 및 총괄을 맡아 6개월간의 대장정에 걸쳐 진행되었다.


LIFE IN A DAY Trailer 
 

트레일러 영상만 보고도 마음이 울컥해져서 한껏 기대를 하고, 바로 어제, '제 5회 시네마디지털서울(CINDI) 영화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압구정 CGV에 다녀왔다. 다 저녁에 압구정CGV 신관 간판 및 조명이 유난히 예뻐 보이더라. 카메라를 안 들고 와서 아이폰 3GS가 수고 해주신 사진.


기대는 했지만 한 편으로는 '유투브 동영상 8만 개'라는 게 단순히 숫자놀이에 지나진 않을까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상영시간이 더해질 수록 감탄이 이어졌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했다.' 어슴프레한 자정 경의 새벽. 시시콜콜한 일상으로 시작한다. 예고 동영상에서 익히 봤듯 일상의 잔재미는 충분히 예상되는 바였다. 뭔가 재기발랄한 테마 그룹핑을 했을 거라는 기대까진 했다. 신발을 신거나 커피를 만들거나, 요리를 하는 영상은 물론 리드미컬하게 편집되고 그룹핑해서 깔끔한 영상물로 보여준다. 아..! 영화는 자정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시간대별로 구성. 곧 동이 트고, 어떤 일들이 시작되겠지라고 예상이 슬슬 되지만 그 어떤 일을 어떻게 묶고 다듬어 편집했을 지까진 예상할 수 없어서 점점 더 짜릿해졌다.

굉장히 다채로운 소스의 어떤 자료들을 테마별로 묶어서 재편집하고 스토리텔링하는 작업을 좋아한다. 패션 정보회사에서 했던 일도 그러했고, 현재 패션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면서 하는 작업들도 비슷한 맥락이다. 기본적으로 그런 방식 자체를 즐기는데다 '일상'에 접근하는 방식이 남다른 기질을 갖고 있어서 'VJ특공대'같은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성격상 빠른 편집, 두서없는 것들을 이유있게 그룹핑해둔 결과물에 흥미를 가지는 것.

<라이프 인 어 데이>는 그런 내 성향에 딱인 영화였다. 보는 내내 눈이 반짝반짝, 나중엔 급기야 울기까지 했으니까. 영화는 일상으로 시작해서 인생으로 끝난다. 점점 더 몰입시키는 편집의 힘과 폭발적인 과감함에 놀랬다. 개연성없는 나라에서 보낸 각기 다른 장면이 연결되는 미묘한 고리를 살펴보는 것도 짜릿. 다양한 나라에서 펼쳐지는 희노애락이 가득 담긴 영상 소스도 워낙 훌륭했지만 영리한 편집과 기획/구성력에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리들리 스콧에 가려서 케빈 맥도널드 감독에 대한 정보는 영화를 보고나서 찾아봤는데 '2000년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이 괜한 것이 아니였다. 다큐에 대한 놀라운 재능을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일본 참가자(?)의 동영상. 어안렌즈를 사용하는 가장 감각적인 시도(?)를 했다. 지저분한 듯 감각적이게 어질은 집 광경으로 보아 예사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닐 듯. 무엇보다 아들이 초 귀엽다. 내용상 굉장히 짠해지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한국 사람은 안 나올까? 하고. 나온다. 그것도 굉장히 비중있게. 전체 영화 흐름을 잡아주는 역할자로서. 이 영화의 엔딩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답다. 장면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정서적 교감이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것. 그 부분에 영상을 배치한 제작팀이 보통 노련한 게 아니구나 감탄했다. 어찌나 가슴이 먹먹해지는지 가만히 숨죽여서 보게 된다. 그 마지막 참가자(?)가 울먹거리던 일상이 결국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하길!
너무나 평범하기 그지없다는 그녀 또한 유투브에 영상을 보냄으로서 '표현'했다. 난 항상 말해왔듯 이 세상은 어떤 식으로는 표현하는 자들이 움직인다고 믿는다. 블로그 글을 항상 보면서 말없이 가는 사람들이 야속한 이유기도. (그 정도로 자주 들러 글을 본다면, 피드백 정도 너무 쉽지 않나요? 지금 이 글만 해도 몇 시간째 쓰고 있는지 예상이 가능하다면요) 조금이라도 움직여서 '표현'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의 기쁨을 얻어야지, 가만히 이러쿵 저러쿵 말만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기쁨이 돌아가는 건 어쩐지 불공평하니까.

이 <라이프 인 어 데이> 프로젝트는 시작과 마찬가지로 과정 및 영화 상영, 그리고 그 후 영화 홍보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사람들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사용된 영상 제작자 331명 중 한국인 윤옥환 씨를 포함한 26명이 2011년 선댄스 영화제 국제 시사회(월드 프리미어)에 초청이 되었으며, 이중 중 현재 전세계 자전거 여행 중으로 참석이 불가능한 윤옥환 씨를 제외한 25명이 시사회에 참석해 최초로 완성된 영상을 관람했다고 한다. 다음은 2011 선댄스 영화제 현장.


"Life In A Day" Premiere - 2011 Sundance Film Festival 

왼쪽은 (내 기억이 맞다면) 야마카시 일삼던 불량포스 멋지던 오빠인 듯. ㅎㅎㅎ 영화보고 나서 이렇게 사진들을 찾아보니 내가 다 기쁘네!!! 뭐 하나 도와준 것도 없는데 잘 키워낸 기분이 드는 건 뭥;; ㅎㅎㅎ 정말 뛸 듯이 신나겠지.

왼쪽에 부자(이런 아들 낳고 싶을 정도로 영화 속에서도 너무 귀엽다)는 위에 소개한 감각있게 '잘 어질은 일본 집' 영상의 주인공, 오른 쪽은 (내 기억이 맞다면)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 참가자다. 정말 평범하구나. 울먹거리며 보낸 자신의 일상(그녀는 망쳤다고 표현한다)이 영화화되어, 그것도 엔딩을 장식하게 되어 이렇게 선댄스 영화제까지 초청받을 줄 알았을까? 상상이나 했을까.

영화 트레일러에서 보았듯 FILMED BY YOU라고 한다. 영화 크레딧이 올라갈 때 커다란 극장 화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명단에 또다시 울컥했다. 마냥 아름다운 일상만 있는 건 아니다. 케빈 맥도널드의 저력이 느껴지는 영상도 적재적소에 잘 삽입했다. (소의 도축장면 등..)

영화를 보고나면, (나야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특별한 지를 깨닫게 된다. 그것도 뭐 엄청난 교훈을 주면서 부담스럽게 느끼게 하는 게 아니라 너무나 경쾌하고 쿨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만드는 것. 다른 곳도 아닌 압구정 CGV에서 상영 후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감히 영화라고 부르기에도 주저스러울 정도로 경이로운 '실화'들. 문득 사랑하고 싶어져서 오는 길에 와인 한 병을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DVD로 꼭 소장하고, 훗날 미래의 남편과 아이와 함께 보고 싶은 놀랍도록 아름다운 영화. <라이프 인 어 데이 LIFE INA A DAY>



* <라이프 인 어 데이 LIFE IN A DAY>가 포함된 제 5회 시네마디지털 서울 영화제는 23일까지 계속되지만 이 영화는 어제 상영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정식 상영을 기대해봐야 할 것 같은데, 이 한마디는 꼭 하고 싶네요.
"무슨 수를 써서든 꼭 보길 바랍니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가 얼마나 매혹적인 공간인지,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분명 느끼게 될테니까요."



< 참고자료 >
제 5회 시네마디지털 시네마 공식 홈페이지 www.cindi.or.kr
라이프 인 어 데이 YOUTUBE 공식 채널 www.youtube.com/lifeinaday
GOOGLE 이미지 / ZIMBIO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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