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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스크린의 화가 베니스를 매혹시킨 감독 알렉산더 소쿠로프

<파우스트>

스크린의 화가

베니스를 매혹시킨 감독 알렉산더 소쿠로프

 

 

 

철학적 주제와 회화를 닮은 영상으로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하다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은 러시아의 영화 전통을 계승한 시네아스트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계보를 잇는 감독으로 평가되고 있다. 1951년 러시아에서 태어났으며,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어린 시절에 자주 이사를 다니면서 러시아 변방의 피폐한 삶을 많이 목격하였다. 1968년 고등학교 졸업 후에 고르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였고, 재학 시절 고르키 TV의 스탭으로 일하기 시작했으며, 19세에 첫 TV 쇼 제작을 맡았다. 1975년에 모스크바의 국립영화학교 VGIK(All-Union Cinematography Institute)에서 연출을 전공하면서 에이젠슈테인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이 시기부터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그의 스승이자 친구가 되어 많은 도움을 주었다. 타르코프스키는 소쿠로프의 장편 데뷔작인 <인간의 외로운 목소리>를 높이 평가했을 뿐 아니라, 그가 Lenfilm에서 일할 수 있도록 추천서를 써 주기도 하였다. 또한 서방 영화인들에게 “소쿠로프라는 젊은 감독이 있다. 거장이 될 재목이다. 정부의 탄압을 받아 정상적인 활동을 못한다. 서방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라고 말하며 그의 존재를 알려주기도 하였다.

1980년대에 Lenfilm 스튜디오와 Leningrad 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여러 작품을 연출하였으나 그의 초기작들은 정치적 이유로 소련에서 상영 금지되었다. 문학과 회화와 음악에 관한 풍부한 소양을 바탕으로 하여 리얼리즘과 시적인 정서가 결합된 작품을 만들어 온 그는 1997년작 <어머니와 아들>의 강렬하고도 애수 어린 아름다움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회화로서의 영화를 재발견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오한 상징을 통해 표현하는 삶과 죽음, 영혼에 대한 명상 등 철학적인 주제와 롱 테이크 촬영기법으로 타르코프스키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한 그는, 일상의 모습을 통해 진지한 주제를 담아내는 정교한 연출과 풍경의 회화적 활용으로 시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면서 인간의 영혼과 실존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들을 탐구해 왔다.

 

“영화는 다행히도, 또는 불행하게도, 관객 없이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는 영화가 예술적이고 매우 개인적인 매체라는 강렬한 신념을 갖고 있다. “예술로서의 영화는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불가해하다.” 라고 공공연히 말하곤 하는 그는 마치 자신이 작곡가나 시인인 듯이 자신의 작품들을 엘레지(애가)라고 부르곤 한다. 픽션과 논픽션을 오고 가면서, 역사적 인물을 다루는 데 탁월한 시선을 보여주기도 하는 그는 20세기 정치 지도자들을 다룬, <몰로흐>(히틀러), <타우르스>(레닌), <더 선>(히로히토 천황) 이외에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 작가 솔제니친,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 등 러시아의 예술가들의 초상을 그려내었다. 특히 1988년작 <모스크바 엘레지>는 타르코프스키의 노년의 삶과 죽음을 담은 헌정 다큐멘터리이다. 체홉, 도스토예프스키, 플로베르, 버나드 쇼의 작품을 각색하여 영화화하기도 한 그는 인간 조건의 비참함에 대한 단호한 시선을 시적인 영상으로 담아내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거장 중 한 명이다.

<파우스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괴테의 고전을 독창적 시각으로 재창조해낸 작품이다. 감독은 원작을 읽고 작품이 “19세기가 아니라 마치 21세기에 쓰여진 것만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하며, 이 이야기가 시공간을 초월해 여전히 유효한 주제임을 강조한다. 그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해석하는 한편, 다양한 영상실험을 통해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했다. 독특한 색채, 빛과 어둠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구현하는가 하면, 1:33:1의 화면비율은 관객에게 고전영화를 보는 듯한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로케이션 장소인 체코와 아이슬란드의 풍광 역시 고풍스러운 매력과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스크린의 화가’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의 <파우스트>는 오는 12월 6일 개봉하여 문학작품과는 또 다른 강렬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