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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미션 (The Mission,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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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여 년전 비디오로 '미션'을 감상한 적이 있었다. 사실 그 때 본 영화는 반쪽에 가까운 감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땐 정말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빌려온 비디오 테이프도 하필이면 원어로 된 테이프가 아닌 원어 음성을 죽이고 더빙으로 녹음된 테이프여서 영화를 보는 내내 인물들의 대사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나마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름다운 음악만이 기억에 남았을 뿐이었다. 그 이후 본인의 게으름으로 인해 '미션'을 감상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드림시네마와 허리우드 극장에서 '미션'을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서야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영화는 한 남자가 교황에게 보고하는 편지를 영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남자가 편지를 쓰면서 말하는 독백을 통해 그동안 일어난 사건에 관해 서술하고 있는데, 마치 교황의 입장에서 남자가 쓴 편지의 내용을 영상으로 감상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영화는 과라니 족이 한 선교사를 나무에 묶어 폭포로 떨어뜨리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서 카톨릭에 대한 저항을 보여주는데, 끔찍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폭포 속으로 사라지는 십자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선교사의 희생은 아이러니하게도 과라니 족의 운명을 뒤바꿔 놓는다. 선교사의 순교 후 가브리엘 신부가 직접 원주민들을 찾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가파른 계곡을 천신만고 끝에 넘은 후 가브리엘 신부는 과라니 족을 선교하기 위해 오보에를 불기 시작한다. 숲 속에서 과라니 족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떨리는 모습으로 오보에를 연주하는 가브리엘의 모습은 지금봐도 정말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엔니오 모리꼬네의 배경음악이 정말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장면이었다. 가브리엘에게 위화감을 느낀 과라니 족은 처음에는 오보에를 부러뜨려 그를 쫓아내려 하지만 가브리엘의 헌신으로 과라니 족은 카톨릭을 받아들이게 된다. 한편 길을 지나다니던 과라니 족을 그물로 잡은 후 도망치는 원주민들을 총으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로드리고 멘도사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사냥꾼이다. 과라니 족 사람들을 잡은 후 마을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과 동생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지만 로드리고의 연인이 자신의 동생을 사랑한다고 고백하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결국 분을 이기지 못한 로드리고는 자신의 동생과 연인이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고 그를 쫓아온 동생을 살해하고 만다.

결투 과정에서 동생을 살해한 로드리고는 식음을 전폐한 체 세상과 단절하지만, 우연히 수도원으로 찾아온 가브리엘 신부는 로드리고에게 참회할 것을 설득한다. 로드리고는 참회를 하기 위해 자신이 그동안 용병으로서 사용한 갑옷과 무기들을 담은 짐을 자신의 어깨에 묶은 후 과라니 족이 살고 있는 계곡까지 고행을 하게 된다. 무거운 짐을 어깨에 걸친 체 마치 계곡 위로 돌덩이를 움직이는 시지프스처럼 나무에 걸린 짐을 가까스로 떼어내고 산에 올라가다 미끄러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계곡을 올라가는 로드리고의 모습은 진정한 참회의 어려움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로드리고의 고행보다 감동적인 것은 계곡에 가까스로 올라온 로드리고가 자신이 그동안 죽여왔던 과라니 족 원주민들과 대면하는 장면이었다. 로드리고를 본 원주민 한 사람이 칼을 꺼내 그의 목에 대어 로드리고를 위협하지만, 원주민은 칼로 로드리고의 목을 긋는 대신 밧줄을 끊어 그가 계곡까지 들고 온 짐을 계곡 밑으로 떨어뜨린다. 피해자인 과라니 족에게 용서를 받은 로드리고는 과라니 족의 관대한 마음을 깨닫고 눈물을 쏟아낸다. 로드리고가 눈물을 흘리며 감격스러워 하는 모습과 그를 축복하기 위해 원주민들과 선교사들이 그를 포옹하는 장면은 마치 내 자신이 구원과 용서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로드리고는 과라니 족의 마을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노동을 하며 한 일원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로드리고는 과라니 족으로부터 그들의 일원임을 표시하는 문신을 그리게 되고, 과라니 족의 관대함에 사랑으로 보답하라는 가브리엘의 가르침에 감화받은 로드리고는 수도사가 되어 신을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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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나이를 먹고 나서 이 영화를 감상하니 영화에서 보지 못한 요소들도 많이 보였는데, 재미있는 점은 영화 속에서 묘사된 몇몇 장면들이 우리나라의 현재의 모습과 많이 겹쳐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노예 상인이 평등한 분배에 대해 악이라고 소리치는 장면에서는 분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무조건 빨갱이라고 몰아대는 꼴통보수 어르신들이 생각났고 교구를 감찰하러 온 추기경이 있는 곳에서 인디언들이 촛불로 침묵 시위를 하는 장면, 인디언들을 학살하기 위해 쳐들어온 군인들에 대해 무력으로 맞설건지에 대한 논쟁 등은 우리나라의 촛불시위가 생각났다.

ps2. '미션'은 좋은 영화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서구 중심적'이라는 평론가들의 평처럼 피해자인 원주민들의 목소리보다는 백인 선교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점이 문제점이 있다. 또한 선교라는 것을 지금 시점에서 판단한다면 과연 서구 문명으로 대표되는 기독교 원리를 일방적으로 다른 문명의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만이 옳은 길인가 라는 의문도 없지 않다.

ps3. 드림시네마에 가보니 옛 극장의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극장 위에 직접 그림으로 그린 간판이 달려 있었다. 로비에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ost를 틀어주고 있었는데 'Gabriel's Oboe' 같은 음악을 기다리면서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 크레딧 후 바로 조명을 튼 점은 조금 안타까웠다. 관객이 워낙 없던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끝날 때까지 영화의 감흥을 살릴 수 있도록 신경 써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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