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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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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서부에서’의 시대적 배경은 서부극에서 등장하는 총잡이들이 있는 개척시대와 철도로 대표되는 산업혁명기의 경계점에 위치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맥베인 가의 집을 향해 철로가 조금씩 뻗어가는 동안 세 명의 총잡이들은 맥베인의 집을 둘러싸고 서로의 목적을 위해 대립하고 협력한다.

하모니카를 부는 정체불명의 남자는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프랭크를 찾는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하모니카 소리를 내면서 마치 조로처럼 신출귀몰하게 등장하는 하모니카는 과묵한 표정과 말없는 그의 모습을 통해 프랭크에게서 원하는 것이 뭔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등장하는 실루엣의 이미지를 통해 그의 목적을 드러낸다. 프랭크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악한 무법자이다. 자기 소유의 철도를 확장하기 위해 땅을 선점한 멕베인을 협박하라는 고용주의 부탁과는 달리 맥베인의 가족들을 모두 죽이는 프랭크의 모습을 통해 그의 악랄함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무서운 두려움은 죽음'이라고 말하는 프랭크의 대사에서 그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프랭크의 목적은 일반적인 서부극처럼 단순히 돈이 아니라는 점이 특징인데, 철도가 놓일 맥베인의 땅을 선점함으로써 자신을 고용한 모튼 같은 자본가로 성장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세이언이라는 총잡이는 패거리를 이끌면서 법을 어기는 무법자이지만 질과의 만남을 통해 드러나는 그의 모습은 세 명의 인물 중 가장 인간적이라 할 수 있다. 프랭크가 찾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질의 옷을 찢으면서 그녀를 모욕하는 하모니카나 맥베인의 땅을 얻기 위해 땅의 상속자인 질을 겁탈하는 프랭크와 달리 세이언은 질과의 만남 동안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험상궂은 외모와는 달리 신사적인 세이언의 모습은 로맨틱한 신사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한편 끌라우디아 까르디날레가 연기한 질은 새로운 희망을 품고 서부에 온 여인이다. 하지만 그녀는 서부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줄 맥베인의 죽음을 맞이한다. 졸지에 미망인이 되어 버린 질은 맥베인의 통나무집에 남아 정착하기 시작한다. 질은 총을 든 세 명의 남자에 비하면 힘없는 여성이지만 무법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세 명의 무법자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응한다. 프랭크는 질을 겁탈하면서 그녀가 정절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대로 그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그녀를 싸구려 여자라고 모욕한다. 하지만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신을 모욕하는 남자를 거부하지 않는 질의 행동은 천박하지 않고 오히려 강인함마저 느껴진다. 세이언이 질을 처음으로 만난 후 집을 나서면서 당신은 내가 존경했던 어머니를 닮은 것 같다고 말하는 것처럼 세 무법자를 맞이하면서도 자신의 터전을 지키면서 살아남는 여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옛날 옛적 서부에서' 속의 주인공들은 '내일을 향해 쏴라'의 캐시디와 선댄스처럼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 사라져야 하는 운명을 갖춘 존재처럼 느껴진다. 서부 개척 시대와 산업 혁명 시대의 경계점 속에 존재한 총잡이들은 철도에 밀리게 되는 마차처럼 언젠가 사라져야 할 존재와도 같다. 그들의 무기였던 총은 이제 자본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무기 앞에서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골수결핵으로 지지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모튼은 악랄한 총잡이인 프랭크의 안하무인한 행동을 묵인하지만, 프랭크는 자신의 고용주인 모튼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다. 그것은 모튼이 새로운 시대의 강력한 무기인 '자본'을 가졌기 때문이다. 모튼이 책상에 앉아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순간 프랭크는 재빠르게 총을 집지만, 모튼은 프랭크의 행동을 비웃으며 자신의 무기인 돈을 보여준다. 모튼이 가진 '돈'이라는 무기의 위력은 후에 프랭크를 위기에 빠뜨린다. 모튼은 자신의 무기로 프랭크의 부하들을 매수하여 그를 죽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프랭크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는 하모니카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 남는다. 모튼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프랭크는 모튼이 있는 기차를 향해 달려가지만, 자신의 몸조차 가눌 수 없는 모튼을 보고 그에 대한 복수를 포기한다. 돈이 없는 모튼은 걸음조차 걷지 못하는 장애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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