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세가 넘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정정함을 과시하던 꼼빠이 세군도, 어려운 세월을 보냈지만 아직도 똘망똘망한 눈빛을 보여주면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는 이브라힘 페레와 오마라 포르투온도 , 그리고 사람들에게 잊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실력을 잃지 않고 화려한 피아노 실력을 보여주는 루벤 곤잘레스 등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멤버들의 모습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로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아쉬운 것은 영화를 보고 나서 이들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의 멤버 분들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었다. 너무 늦게 그들을 알았는데 그들이 벌써 과거의 인물이 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영화의 1시간 정도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멤버들의 쿠바에서의 모습과 암스테르담 공연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후반부는 이들이 미국의 카네기 홀에서 공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공연 실황 중간 마다 멤버들이 미국의 장소들을 구경하는 장면을 삽입했는데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해준다. 모든지 있는 미국의 모습에 신기해 하고 부러워하면서도 공연이 끝난 후 관객이 가져다 준 쿠바 국기를 들면서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장면을 보면 영락없는 쿠바 사람만의 모습이 느껴진다. 쿠바와 미국은 오랜 기간동안 적대 관계였지만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들려주는 음악에서는 그런 경계가 전혀 없다. 음악을 들려주는 멤버들은 촌뜨기 쿠바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닌 능숙함을 보여주는 음악의 장인들이다. 그래서 관객들도 그들을 그토록 환영하고 존경하는 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도 이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뜨거워진다. 멤버 중 한 분인 이브라힘 페레가 자신을 발굴해서 미국으로 초청해 준 라이 쿠더에게 감사한다는 장면이 있었는데 난 오히려 그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들을 발굴한 라이 쿠더나 좋은 영화를 만든 빔 벤더스 감독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정말 멋진 음악 다큐멘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