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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home

형사: 냉정함과 비정함이 담긴 수사극

영화는 파도가 내리치는 해변가에서 차를 세운 체 뭔가를 계획하는 네 남자를 보여준다. 하나씩 차에서 내린 남자들은 은행에 들어가 무언가를 준비하더니 총을 들면서 은행 관계자들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다. 영화는 이렇게 네 남자가 은행에서 돈을 훔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한편 영화는 네 남자의 범죄 과정 장면과 교차하여 한 형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 말 없이 차를 운전한 체 정면을 냉정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에두와르 형사와 옆에서 전화를 받으며 그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한 사복 경찰관의 모습은 왠지 자신들의 업무에 대해 별다른 감흥없이 조용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같이 느껴진다. '형사'는 이런 식으로 범죄자 일당과 형사의 모습을 별개의 이야기처럼 교차하면서 영화를 전개시킨다.

보통의 수사물 영화라면 범죄자들의 범죄 현장을 보여준 후 형사들이 등장해 사건을 일으킨 대상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겠지만, '형사'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인 리스본 행 열차씬 이후에서야 형사가 범죄자들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또한 범죄자들의 치밀한 은폐행위를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추적과정을 통해 하나씩 밝혀가는 수사물들과 달리 '형사'는 그들의 정체를 과학적인 수사과정이 아닌 조직원들의 정보나 붙잡힌 범죄자를 심문함으로써 그들의 정체를 알아낸다. 따라서 '형사'에서 경찰이 사건을 해결되는 과정은 약간은 우연적인 요소가 많다. 오히려 영화는 형사의 치밀한 수사 과정보다는 범죄자들의 기발한 범죄행위를 묘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반부 리스본 행 열차에 탄 마약 운반책인 마티외라는 남자의 물건을 훔치기 위해 범죄집단이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다. 헬기를 통해 기차에 내린 남자가 짧은 제한 시간 동안 작업복을 벗은 후 침대차에 탄 상류층 신사처럼 변장하고 생각치도 못한 기발한 방식으로 물건을 빼돌리는 과정은 지금 시점에서 봐도 기발하면서도 스릴감 넘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형사'는 다른 범죄 관련 영화와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우선 영화는 형사와 범죄자들의 대립의 형식이지만 '선'이라 할 수 있는 형사의 일상 과정은 냉혈하고 비정하다. 냉소적인 표정으로 일관하는 에두아르는 사건들을 접하면서 범죄자들을 만나는데, 그들을 대하는 에두아르의 모습은 어떤 면에선 범죄자들보다 냉혹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에두아르가 경찰에 붙잡힌 소매치기단을 심문할 때의 행동은 그의 냉정한 모습을 잘 드러낸다. 불어를 모른다는 핑계로 소매치기 범죄자들이 입을 다물자 에두아르는 '10초 후에도 불어를 모르면 다른 언어를 말하게 해주지'라고 말한다. 이후 에두아르의 표정과 세 남자의 표정을 클로즈업 쇼트로 보여주더니 에두아르가 한 남자를 향해 뺨을 후려치자 빰을 맞은 남자가 공포스런 얼굴로 바라보며 말문을 열게 된다. 이처럼 조용하면서도 냉정한 표정을 잃지 않으면서 범죄자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에두아르의 행동을 통해 위압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잘 드러낸다. 에두아르의 비정한 태도는 자신의 정보원인 여인을 대하는 모습에서 정점을 이룬다. 고급스러운 용모를 갖춘 여인은 거리에서 에두아르와 접선하면서 그에게 마약을 운반하는 마티외에 관한 정보를 알려준다. 그녀의 상세한 정보를 들은 에두아르는 일이 끝나면 그녀에게 잘 봐주겠다고 말하지만 이후 시몽 일당에 의해 마티외가 운반하던 마약더미가 사라지게 되자 에두아르는 그녀를 경찰서로 소환한다. 그는 여인이 알려준 정보가 틀렸다는 이유로 종전의 태도와는 달리 폭력을 휘두르며 그녀를 때리고 여인의 정체를 까발리면서 그녀를 모욕한다. 여인을 경찰서 밖으로 내쫓은 후 돌아서는 에두아르와 경찰서 밖에서 눈물을 흘리는 여인의 모습은 이용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사람을 가차없이 버리는 남자의 비정함이 잘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