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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로큰롤 인생 (Young@Heart / 스티븐 워커 감독, 2007)


영화가 시작한지 몇 분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소닉 유스의 노래를 부르는 순간, 난 이 영화에 미친듯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로큰롤을 노래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야기라고 영화에 대한 소개를 봤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게 마치 '열린 음악회' 같은 그런 느낌일 거라 생각했다. 그냥 널리 알려진 노래들을 부를 줄 알았는데 정작 영화를 보고 나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레퍼토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클래시부터 소닉 유스, 데이빗 보위, 지미 헨드릭스, 토킹 헤즈, 밥 딜런, 콜드플레이, 이 정도면 뭐 더 할 말이 필요할까? 록이 젊음과 청춘의 아이콘임을 생각해보면, 이분들이 '영앳하트(Young@Heart)'라는 이름으로 로큰롤을 노래하는 것은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비록 육체는 늙어가더라도 마음만큼은 언제나 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인터뷰가 생각보다 밝고 활기차게 느껴지는 것은 여전히 이분들은 젊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노인이란 사회에서 배제되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간주된다. 일요일 아침 일찍 방송되는 노인들을 위한 TV 프로그램을 봐도 그런 걸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노인들을 도움이 필요한 약한 존재로만 바라본다. <로큰롤 인생>은 정반대의 태도를 취한다. <로큰롤 인생>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우리와 같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본다. 그러니까 이분들의 공연에 수많은 관객이 박수를 보낼수도 있고, 이렇게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영화는 늙어감의 귀결인 죽음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죽음은 단순히 안타깝게 느껴지기 보다는, 열정을 불태우고 간 뒤의 죽음이기에 숙연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계속해서 노래를 하고 공연을 한다. 부럽다. 이렇게 늙어서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리고 부끄럽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처럼 열정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