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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매직 아워 (ザ マジックアワ, 2008)



되도록이면 재미있고 마음이 즐거워지는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에 미타니 코키 감독의 영화 <매직 아워>를 택했습니다. <밀러스 크로싱>이나 <달콤한 인생>처 럼 주인공(츠마부키 사토시)이 보스의 여자(후카츠 에리)와 사랑에 빠져 죽음의 위협을 당하게 되는 위험천만한 설정이지만 극중 대사처럼 "어쩐지 모든게 영화 같기만 한" 의도적인 허술함을 시종일관 유지합니다. 아무리 황당해도 모든 것이 가능하고 주인공들은 절대 죽지 않으며 특별히 권선징악을 할 일이 없을 만큼 알고보면 다들 괜찮은 사람들만 나오는 말 그대로 착한 영화인 거죠. 주인공 빙고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무명 배우인 무라타(사토 코이치)를 속여 전설의 킬러 행세를 하게 만드는데요, 무라타는 영화를 촬영하는 것으로 알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킬러 연기를 합니다. 그렇게 현실과 허구가 맞부딪히는 순간마다 진실을 알고 있는 관객들은 요절복통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진지하고 섬세한 연기가 오히려 더 큰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매직 아워>라고 하겠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위기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빙고로부터 시작되지만 결국 순진한 무명의 영화배우 무라타에게로 이야기의 중심이 이동하게 됩니다. 애초부터 '무모한 도전'이었던 빙고의 계획은 결국 보스에게 탄로가 나고, 무라타 역시 자신이 속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분노하죠. 속고 있던 와중에 촬영된 필름을 우연히 보게된 무라타는 회한이 담긴 눈물을 흘리며 이쯤에서 배우 생활을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었고 지금은 노인이 된 배우와의 '또 우연한' 만남을 통해 "내 인생의 매직 아워를 끝까지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결국 2005년작 <우쵸우텐 호텔>과 마찬가지로 꿈을 포기하지 말고 살라는 메시지가 미타니 코키 감독의 이번 작품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결국 영화에 관한 영화, 그리고 인생에 관한 영화라 할 수 있는 <매직 아워>는 특히 50 ~ 60년대를 풍미했던 스튜디오 시대의 영화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가득한 작품입니다. 당시에 활동했던 배우가 노인이 되어 출연을 하고 있으면서 작품의 배경은 그보다 더 이전으로 잡고 있는 모순됨이 있지만 <매직 아워>는 그런 허술함을 오히려 '무기'로 내세우면서 관객들에게 마법의 순간을 선사합니다.

저로서는 짐작만 할 따름인 많은 배우들이 조연과 단역을 불문하고 <매직 아워>에 출연하고 있는데요 그중 상대편 조직의 젊은 보스로 출연한 카가와 테루유키는 특별한 활약은 없지만 이제껏 보여준 내성적인 캐릭터와 다른 상당히 끈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호텔 여주인 겸 마담으로 출연한 토다 게이코의 고전적인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라타의 실제 영화 촬영 현장에서 메가폰을 잡고 있던 나이 많은 감독이 영화의 엔딩 크리딧에서 언급된 이치가와 곤 감독인 모양입니다. 40년대부터 감독, 각본, 프로듀서로서 활동하면서 <은하철도 999>의 각본을 썼고 영화 100주년 기념작 <47인의 자객>(1994)를 연출했던 분인데 지난 2월에 작고하셨네요. 마지막으로 영화 속 비중도 그렇고 나름대로 반전의 주인공이기도 한 보스 역의 니시다 토시유키의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생김새도 그렇고 <첨밀밀>(1996)에서 이요(장만옥)를 위해 미키마우스 문신을 했던 표형(증지위)를 연상시키는 데가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