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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상영회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상영회에서 <쥴 앤 짐>을 보고나서


“남자와 여자 두 사람만으로는 아무런 드라마가 없다. 열차의 탈선과 같은 놀라움이

 드라마에는 필요하다. 탈선과 전환이 없으면 영화가 되지 않는다.” - Truffaut

영화 <쥴 앤 짐>은 그 유명한 흑백 포스터의 멋진 비주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지만, 유난히 예쁜 아트 포스터들을 많이 가진 영화이기도 합니다. 남자 둘과 여자 한명이 등장하는 삼각관계 연애 이야기의 교과서같은 영화이기도 하며, 누벨 바그의 거장 트뤼포의 대표작으로도 꼽히죠. (남자 둘과 여자 한명이라면 상대적으로 최근 작품인 <몽상가들>도 떠오르고, 역시 트뤼포의 작품 중 하나인 <마지막 지하철>도 생각나네요. 물론 이외에도 수없이 많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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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씨네아트 블로거 상영회가 11월 29일 저녁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렸습니다. 10월말에 큰 호응을 얻었던 <원더풀 라이프> 상영회에 이어, 11월에는 <도니 다코>, <레이닝 스톤>, <메멘토>,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쥴 앤 짐>의 다섯편의 후보에 대해 투표를 실시했는데요, <쥴 앤 짐>이 최종 상영작으로 선정되었죠. 날씨가 꽤 쌀쌀했던 토요일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쥴 앤 짐>을 보러오신 관객들이 아트하우스 모모를 가득채워 주셔서 블로거 상영회를 더욱 빛내 주셨습니다.

그 전날 씨네큐브에서 상영되었던 라스 폰 트리에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에 이어서 그주 좌석점유율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객석이 가득 찼던 성공적인 상영회는 영화 <쥴 앤 짐>의 명성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상영회 이후의 씨네토크에서 오간 관객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트뤼포의 걸작을 보러 오신 분들도 있지만, 포스터가 멋져서 보러오신 분도 있고, "연애를 다룬 영화들 중 최고"라는 추천 글을 보고 오신 분들도 있고,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분들이 모여서 다양한 시각으로 진지하고도 흥미로운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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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전에 보았던 영화를 다시 보니까 기억이 새롭더군요. 연애와 결혼에 대한 경험치가 바뀐 후에 봐서 더욱 다르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하고요. 나이가 든 후에 보니까 세 명의 인물에 대한 관점도 훨씬 너그러워진 것 같습니다. 각각의 캐릭터를 가능한 많이 이해하면서 보게 되었다고 할까요. 쉴새없이 열정과 변덕 사이를 오고가는 까트린도, 답답할 정도로 욕심이 없어보이는 쥴도, 우유부단하고 이기적으로 느껴지는 짐도, 나름의 입장이 왠지 이해가 되더군요.

연애와 결혼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영리한 드라마로 풀어내는 스토리의 경쾌함, 즉흥적으로도 보이는 대사들의 재기발랄함, 평범하지 않은 구도로 촬영된 많은 장면들의 미학적 완성도는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씨네토크 중에 이야기가 나온 것들이기도 하지만, 다리에서 세 명이 달리기 시합하는 그 유명한 장면의 유려한 영상미와 스틸 컷처럼 화면이 잠시 정지되는 장면들에서의 순간적 아름다움은 이 영화를 잊을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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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흑백영화에서 더욱 또렷한 아름다움을 발하는 잔느 모로는 (영화 속에서도 여신의 모습을 표현한 석상에 비유되었죠.)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에서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쥴로 출연한 오스카 베르너는 영화 속에서 모차르트 분장을 한 사진으로 웃음을 선사하는데, 실제로 1955년에 만들어진 <모차르트>라는 영화에서 모차르트 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더군요. 역시 트뤼포의 영화인 (레이 브래드버리의 원작으로 더 유명한) <화씨 451>에서도 주연을 맡았었죠. 존 르 카레의 원작으로 유명한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에서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이것도 원작을 재미있게 본 지라 언젠가 한번 보고 싶은 영화로 꼽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영화를 다시 본 것도 기쁘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씨네아트 블로거 상영회의 분위기는 더욱 좋아지는 것 같네요. 꼭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려고 일부러 찾아 오시는 관객들이 많은 만큼 관람 분위기도 정말 진지하고, 끝나고 이어지는 씨네토크도 영화 관람을 정말 기분좋게 마무리해주는 훌륭한 에필로그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다음 달 상영회까지의 시간이 즐거운 기다림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