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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home

밀고자 (Le Doulos, 1961)

'밀고자'는 거리를 걷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끝없이 펼쳐진 길을 걷던 남자는 멈춰선 뒤 하늘을 바라보며 뭔가를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보인다. 이후 남자는 질베르라는 노인의 집으로 들어가 그와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는 남자와 노인의 대화를 통해 두 사람에 관한 정보를 관객에게 알려준다. 모리스라는 남자는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창문 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동전을 손에 쥐었다가 마는 동작들을 취한다. 마치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듯한 남자의 모습은 후에 있을 그의 돌변적인 행동의 근거를 제시한다. 모리스는 보석을 감정하는데 몰두하는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노인의 서랍에서 권총을 꺼낸다. 내일 행할 절도 행위를 위해 총을 준비해야 한다는 모리스의 말을 의심없이 받아들이던 노인은 일을 마치고 그를 보기 위해 뒤로 돌아보는 순간 경악스런 표정으로 돌변한다. 이후 두 발의 총소리가 들려오면서 노인은 바닥으로 쓰러지고 만다. 노인을 살해한 모리스는 서둘러 그의 흔적이 남은 곳들을 손수건으로 닦아 현장을 조작한 뒤 노인의 재산을 훔친다. 이 때 두 남자와 한 여자가 탄 차가 노인의 집을 향해 도착하자 모리스는 서둘러 그 곳을 빠져 나온 뒤 그가 훔친 물건들을 땅 속에 묻어 버린다.

노인을 살해한 모리스는 자신의 집을 찾아온 실리앙이라는 남자를 집으로 들여 보낸다. 얼굴에는 미소를 지니고 있지만 정작 속을 알 수 없는 과묵함을 가진 실리앙의 모습은 선과 악이 모호한 인물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게다가 그는 모자를 쓰고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인데, 영화 초반부에 등장한 '모자 쓴 사람은 암흑가 세계에서 경찰 정보원으로 통한다.'라는 자막을 떠올린다면 실리앙이라는 남자가 첩자일지도 모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단서라고 할 수 있겠다. 실리앙은 모리스에게 도둑질에 사용할 공구를 전해주면서 자신이 금전적으로 도와줄 수 있으니 다시 생각해보라고 그를 설득한지만 모리스는 자신의 여자친구인 테레즈에게 빌붙는 것도 한계라고 말하면서 그의 요청을 거부한다. 이 때 모리스의 여자친구인 테레즈가 등장하는데 처음 만난 실리앙에게 쌀쌀한 태도를 취한다. 테레즈는 모리스에게 실리앙이란 인물을 경계할 것을 충고하지만 그는 '배신하기 전까지는 누가 뭐래도 내 친구야'라고 말하며 실리앙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실리앙은 모리스의 집을 나온 후 공중전화로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영화는 실리앙이 살리냐리 형사를 부탁한다고 말한 후 형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그가 정말로 배신자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좀처럼 인물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실리앙이란 인물의 모습은 추후 있을 사건의 미스테리를 부각시킨다.

모리스와 그의 동료가 도둑질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동안 실리앙은 모리스의 집에 나타난다. 테레즈는 그를 경계하면서도 손님에 대한 접대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실리앙은 테레즈의 갈색 눈이 아름답다고 집적대더니 갑자기 그녀의 뺨을 후려친다. 갑작스런 공격으로 테레즈가 쓰러지자 실리앙은 그녀를 밧줄로 묶은 후 모리스가 도둑질을 하러 간 장소를 실토하도록 협박한다. 웃음을 지으며 여인을 달래는 듯 하면서도 여자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실리앙의 모습은 그의 잔인한 성격을 드러낸다. 테레즈에게서 정보를 알아낸 실리앙은 서둘러 그 곳을 빠져 나온다. 이후 영화는 모리스가 도둑질을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동료가 금고를 터는 동안 바깥의 망을 감시한 모리스는 자신들을 잡기 위해 경찰이 도착했음을 깨닫는다. 순간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실리앙이 배신했음을 직감한 모리스는 그의 동료를 데리고 서둘러 그 곳을 빠져 나온다.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총을 쏜 모리스는 한 형사를 살해하지만 그 자신도 총을 맞게 된다. 간신히 추격을 따돌린 모리스는 비틀거리면서 쓰러지게 되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한 남자가 그를 일으켜 세운다.

총격으로 인한 쇼크에서 깨어난 모리스는 자신이 그의 친구인 장의 집에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자신을 구해준 남자가 장이라는 사실을 짐작한 모리스는 자신을 배신한 실리앙에 대한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모리스는 위험을 대비해 자신이 훔친 재산을 숨긴 곳을 종이에 그린 후 이것을 장에게 알려달라고 말한다. 한편 길을 걷던 실리앙은 그를 기다리고 있던 형사들에게 붙들린다. 이 때 실리앙은 경찰에게 연락을 하던 전 장면의 모습과 달리 모호한 태도를 취하며 형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형사들은 저택가에서 살해된 형사가 다름아닌 살리냐리임을 강조하면서 그를 살해한 범인의 이름을 대라고 윽박지르지만 실리앙은 유연한 자세로 그들의 요구를 무시한다. 실리앙은 경찰이 요구하는 남자가 모리스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 끝까지 그의 이름은 함구한다. 이러한 실리앙의 태도는 영화의 미스테리를 더욱 증폭시킨다. 우선 실리앙은 왜 모리스를 보호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어쩌면 모리스가 숨긴 장물들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그를 경찰로부터 보호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가 과연 밀고자인지 의심이 들면서 또 다른 제 3자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나게 된다. 영화는 장 폴 벨몽도가 연기한 실리앙이라는 인물을 활용해 영화의 흥미를 가중시킨다. 의도를 좀처럼 파악하기 힘든 그의 행동은 영화의 긴장감을 잘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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