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고자'는 거리를 걷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끝없이 펼쳐진 길을 걷던 남자는 멈춰선 뒤 하늘을 바라보며 뭔가를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보인다. 이후 남자는 질베르라는 노인의 집으로 들어가 그와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는 남자와 노인의 대화를 통해 두 사람에 관한 정보를 관객에게 알려준다. 모리스라는 남자는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창문 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동전을 손에 쥐었다가 마는 동작들을 취한다. 마치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듯한 남자의 모습은 후에 있을 그의 돌변적인 행동의 근거를 제시한다. 모리스는 보석을 감정하는데 몰두하는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노인의 서랍에서 권총을 꺼낸다. 내일 행할 절도 행위를 위해 총을 준비해야 한다는 모리스의 말을 의심없이 받아들이던 노인은 일을 마치고 그를 보기 위해 뒤로 돌아보는 순간 경악스런 표정으로 돌변한다. 이후 두 발의 총소리가 들려오면서 노인은 바닥으로 쓰러지고 만다. 노인을 살해한 모리스는 서둘러 그의 흔적이 남은 곳들을 손수건으로 닦아 현장을 조작한 뒤 노인의 재산을 훔친다. 이 때 두 남자와 한 여자가 탄 차가 노인의 집을 향해 도착하자 모리스는 서둘러 그 곳을 빠져 나온 뒤 그가 훔친 물건들을 땅 속에 묻어 버린다.
노인을 살해한 모리스는 자신의 집을 찾아온 실리앙이라는 남자를 집으로 들여 보낸다. 얼굴에는 미소를 지니고 있지만 정작 속을 알 수 없는 과묵함을 가진 실리앙의 모습은 선과 악이 모호한 인물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게다가 그는 모자를 쓰고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인데, 영화 초반부에 등장한 '모자 쓴 사람은 암흑가 세계에서 경찰 정보원으로 통한다.'라는 자막을 떠올린다면 실리앙이라는 남자가 첩자일지도 모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단서라고 할 수 있겠다. 실리앙은 모리스에게 도둑질에 사용할 공구를 전해주면서 자신이 금전적으로 도와줄 수 있으니 다시 생각해보라고 그를 설득한지만 모리스는 자신의 여자친구인 테레즈에게 빌붙는 것도 한계라고 말하면서 그의 요청을 거부한다. 이 때 모리스의 여자친구인 테레즈가 등장하는데 처음 만난 실리앙에게 쌀쌀한 태도를 취한다. 테레즈는 모리스에게 실리앙이란 인물을 경계할 것을 충고하지만 그는 '배신하기 전까지는 누가 뭐래도 내 친구야'라고 말하며 실리앙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실리앙은 모리스의 집을 나온 후 공중전화로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영화는 실리앙이 살리냐리 형사를 부탁한다고 말한 후 형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그가 정말로 배신자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좀처럼 인물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실리앙이란 인물의 모습은 추후 있을 사건의 미스테리를 부각시킨다.
모리스와 그의 동료가 도둑질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동안 실리앙은 모리스의 집에 나타난다. 테레즈는 그를 경계하면서도 손님에 대한 접대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실리앙은 테레즈의 갈색 눈이 아름답다고 집적대더니 갑자기 그녀의 뺨을 후려친다. 갑작스런 공격으로 테레즈가 쓰러지자 실리앙은 그녀를 밧줄로 묶은 후 모리스가 도둑질을 하러 간 장소를 실토하도록 협박한다. 웃음을 지으며 여인을 달래는 듯 하면서도 여자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실리앙의 모습은 그의 잔인한 성격을 드러낸다. 테레즈에게서 정보를 알아낸 실리앙은 서둘러 그 곳을 빠져 나온다. 이후 영화는 모리스가 도둑질을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동료가 금고를 터는 동안 바깥의 망을 감시한 모리스는 자신들을 잡기 위해 경찰이 도착했음을 깨닫는다. 순간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실리앙이 배신했음을 직감한 모리스는 그의 동료를 데리고 서둘러 그 곳을 빠져 나온다.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총을 쏜 모리스는 한 형사를 살해하지만 그 자신도 총을 맞게 된다. 간신히 추격을 따돌린 모리스는 비틀거리면서 쓰러지게 되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한 남자가 그를 일으켜 세운다.
총격으로 인한 쇼크에서 깨어난 모리스는 자신이 그의 친구인 장의 집에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자신을 구해준 남자가 장이라는 사실을 짐작한 모리스는 자신을 배신한 실리앙에 대한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모리스는 위험을 대비해 자신이 훔친 재산을 숨긴 곳을 종이에 그린 후 이것을 장에게 알려달라고 말한다. 한편 길을 걷던 실리앙은 그를 기다리고 있던 형사들에게 붙들린다. 이 때 실리앙은 경찰에게 연락을 하던 전 장면의 모습과 달리 모호한 태도를 취하며 형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형사들은 저택가에서 살해된 형사가 다름아닌 살리냐리임을 강조하면서 그를 살해한 범인의 이름을 대라고 윽박지르지만 실리앙은 유연한 자세로 그들의 요구를 무시한다. 실리앙은 경찰이 요구하는 남자가 모리스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 끝까지 그의 이름은 함구한다. 이러한 실리앙의 태도는 영화의 미스테리를 더욱 증폭시킨다. 우선 실리앙은 왜 모리스를 보호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어쩌면 모리스가 숨긴 장물들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그를 경찰로부터 보호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가 과연 밀고자인지 의심이 들면서 또 다른 제 3자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나게 된다. 영화는 장 폴 벨몽도가 연기한 실리앙이라는 인물을 활용해 영화의 흥미를 가중시킨다. 의도를 좀처럼 파악하기 힘든 그의 행동은 영화의 긴장감을 잘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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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들은 사건에 협조하지 않는 실리앙을 협박해 모리스에게 그의 위치를 알려줄 것을 요구한다. 한편 모리스는 신문을 보면서 그의 여자친구인 테레즈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음을 알게 된다. 그녀의 사망사고를 본 모리스는 그녀의 죽음이 단순히 사고가 아님을 깨닫는다. 하지만 갑자기 들어닥친 형사들이 그를 체포해 감옥에 가두게 된다. 모리스가 감옥에 갇힌 후 실리앙은 누테치오라는 인물이 운영하는 바를 찾아간다. 그 곳에서 누테치오의 연인인 파비엔을 만난 실리앙은 그녀에게 누테치오로부터 해방하고 싶지 않냐고 설득한다. 실리앙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누테치오에게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파비엔은 실리앙의 제안을 듣고 갈등하지만 실리앙의 간절한 모습을 본 후 파비엔의 집에서 그를 만나기로 결심한다. 파비엔의 집을 찾아간 실리앙은 영화에서 처음으로 모자를 벗어 등장한다. 그가 모자를 벗고 등장하는 모습을 통해 영화는 그가 배신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모자를 벗은 후 보여지는 실리앙의 모습은 전반부의 비열한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여자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던 폭력적인 태도와 달리 파비엔으로부터 누테치오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설득하는 모습은 신사적인 남성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파비엔으로부터 모리스가 질베르를 살해하던 날 누테치오가 질베르의 집에 찾아갔다는 진술을 얻어낸 실리앙은 모리스를 구하기 위해 완벽범죄를 계획한다. 누테치오의 사무실에서 잠복하고 있던 실리앙은 방으로 들어온 누테치오를 협박해 모리스가 훔친 장물들을 만질 것을 요구한다. 실리앙은 그에게서 장물을 만지게 한 후 금고를 열게 하더니 누테치오를 살해한다. 이후 실리앙은 방으로 들어오는 누테치오의 부하를 살해한 후 현장을 정리해 사건을 조작한다. 질베르를 죽이고 얻은 장물을 누테치오와 그의 부하가 배분을 두고 다툰 나머지 서로를 향해 총을 쏴 죽음을 당한 것처럼 말이다. 실리앙의 완벽 범죄로 모리스는 감옥에서 풀려나게 된다. 하지만 모리스는 이같은 변화에 당황한다. 왜 실리앙은 자신의 손을 더럽혀가며 그를 구했을까, 그리고 도대체 그를 배신한 자는 누구일까 하고 말이다.
사건의 진상은 실리앙이 모리스와 직접 대면하면서 드러난다. 실리앙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날 있었던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다. 모리스의 계획을 경찰에 알린 정보원은 실리앙이 아닌 모리스의 연인인 테레즈였으며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실리앙은 테레즈를 협박해 그를 경찰에게서 구하려고 했던 것이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실리앙은 그를 구해내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테레즈를 살해했던 것이다.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모리스는 배신자인 줄 알았던 실리앙이 그를 구해내기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친구였음을 깨닫고 부끄러워 한다. 실리앙은 모리스의 미안함에 개의치 않고 V자를 그리며 여유있는 모습으로 카페를 빠져 나간다. 이 때 실리앙은 카페에 달린 조각상을 바라보는데 독특한 모습의 조각상이 불길한 기운을 암시한다.
사건의 진실이 드러남으로써 실리앙과 모리스는 오해를 풀게 되지만 뒤늦은 진실은 두 남자를 파국으로 몰아넣는다. 카페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은 모리스는 서둘러 차를 타고 실리앙의 집을 찾아간다. 플래쉬백을 통해 모리스가 실리앙에게 화환을 배달하도록 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화환이라는 것의 정체는 모리스가 감옥에서 갇혀있는 동안 실리앙에게 복수하기 위해 암살을 의뢰한 것임이 밝혀진다. 영화는 1인칭으로 비춰진 차창의 풍경을 통해 친구를 구하기 위해 애타는 모리스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뒤늦게 실리앙의 진심을 깨달은 모리스는 그가 살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리앙의 집을 찾아가지만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암살자는 모리스를 향해 총을 발사한다. 결국 그의 섣부른 판단이 자신의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이후 영화는 실리앙이 그의 집에 도착해 방을 둘러보는 광경을 1인칭의 시점으로 표현했는데 천천히 좌에서 우로 흘러가는 카메라가 모리스를 발견한 순간 마치 갑작스럽게 뭔가를 발견한 것처럼 빠른 속도로 아랫쪽의 모습을 드러낸다. 모리스는 실리앙의 죽음을 막기 위해 병풍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이후 1인칭으로 표현되는 쇼트로 병풍을 비춘 다음 실리앙은 그 곳을 향해 총을 발사한다. 병풍 속에 숨어 있던 존재가 총격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걸어나오더니 죽음을 맞이하지만 방심한 실리앙은 그의 총을 끝내 피하지 못한다. 천천히 죽어가면서 전화기를 든 실리앙은 자신을 기다리는 파비엔에게 전화를 걸며 오늘 밤에는 그 곳에 가지 못할 거라고 전한다. 이후 실리앙이 쓰러지면서 그의 모자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실리앙의 죽음의 순간 떨어지는 모자의 모습은 끝내 암흑가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자의 비극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실리앙은 모리스에게 진실을 드러내면서 이제 이 바닥을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직업의 최후는 노숙자 아니면 죽음 밖어 없어'라고 말한 것처럼 실리앙은 죽음이라는 요소를 통해 암흑가의 세계에서 벗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