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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씨네큐브

12월 23일 씨네큐브에서 열렸던 [재즈 크리스마스]


12월 23일, 그러니까 <굿바이 칠드런> 개봉 전날에 씨네큐브에서 열렸던 행사 [재즈 크리스마스]는 최근에 개봉된 루이 말 감독의 영화들에 대한 씨네토크와 재즈 콘서트, 그리고 <굿바이 칠드런> 상영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 이벤트였습니다. 시즌이 시즌이니만큼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은 행사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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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굿바이 칠드런>은 역시 음악이 아름다운 영화이긴 하지만, 재즈를 담고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슈베르트와 생상의 아름다운 선율을 만날 수 있는 영화이죠. 하지만 루이 말 감독의 많은 영화들은 재즈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그의 첫 장편영화인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에서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연주를 사용하여 감각적인 연출을 하였고, <마음의 속삭임>에서는 비밥 재즈를 배경 음악으로 사용하여 주인공 로랑의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와 일탈을 표현하였으며, <라콤 루시앙>에서는 프랑스 전원 풍경과 멋지게 어울리는 쟝고 라인하르트의 재즈를 들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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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기획된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재즈 칼럼니스트이자 KBS 1FM의 <재즈수첩>의 DJ이기도 한 "황덕호"씨와 50년대 비밥 재즈로 정평이 나 있는 재즈 밴드 "김성배 퀸텟"이었습니다. "재즈란 어떤 음악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토크를 흥미롭게 시작하신 황덕호씨는 우리나라에 재즈가 소개된 과정과 다소 왜곡되어 받아들여진 경로 등을 설명해 주셨고, 재즈의 생명이 "즉흥성"에 있음을 강조하시더군요. 황덕호씨의 설명에 따르면, 사실 "재즈란 무엇인가"라는 정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고 합니다. 윈턴 마살리스처럼 정통 스타일의 재즈만을 재즈로 인정하는 연주자도 있고, 키쓰 자렛처럼 재즈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포함시키려 하는 연주자도 있다고 하네요. (제 개인적으로는 키쓰 자렛처럼 크로스오버 느낌이 있는 재즈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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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말과 재즈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재미있는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요, <마음의 속삭임>의 배경이 되었던 1950년대의 파리만 하더라도 재즈는 젊은이들의 음악이었다는 사실, 즉 당시의 비밥 재즈는 젊은 연주자들의 열정과 예술혼을 표현했던, 그리고 젊은이들이 열광했던 음악이라는 것이 놀랍더군요. <마음의 속삭임>의 주인공이있던 십대 소년 로랑에게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는 당시 트렌드의 최첨단을 달리던 파격적인 연주자였던 모양입니다. <라콤 루시앙>에 등장하는 쟝고 라인하르트의 음악도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요, 쟝고 라인하르트가 연주하곤 하던 파리의 재즈 클럽이 나치 점령 당시 레지스탕스의 모임 장소로 사용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재미있더군요. 영화 <라콤 루시앙>에서 주인공 라콤은 레지스탕스에 가입하려다가 거부당한 후에 나치에 부역하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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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베이시스트 김성배씨가 이끄는 재즈 퀸텟은 이와 연관된 비밥 재즈와 쟝고 스타일의 재즈를 흥겹게 연주해 주었습니다. 김성배씨는 홍대의 재즈 클럽 에반스를 비롯하여 각종 재즈 페스티벌에서 연주하셨으며, EBS 공감에도 출연한 바 있는 뮤지션이며, 함께 한 멤버들로는 트럼펫에 안우성씨, 클라리넷과 알토 색소폰에 차민규씨, 기타에 안강호씨, 드럼에 구본준씨가 함께 해 주셨습니다. 첫곡으로 "I Got Rhythm"을 연주하여 분위기를 흥겹게 해 주시고, 마지막에는 캐롤을 재즈로 편곡한 곡으로 마무리하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나게 해 주셨습니다. 관객들도 즐겁게 호응을 해 주셨고, 공연 후에 김성배씨에게 싸인을 부탁하는 관객분도 계시더군요. 마지막에는 마음이 뭉클해지는 영화 <굿바이 칠드런>이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밤을 장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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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 씨네큐브 광화문 로비에서는 영화사 백두대간의 DVD들과 황덕호씨가 운영하시는 재즈 전문 음반 매장 ‘애프터아워즈’의 재즈 음반들을 할인 판매하기도 하였습니다. 자주 열리지 않는 특별 할인 판매이다보니, 많은 분들이 구입을 하셨고, 수량이 많지 않았던 재즈 음반은 전부 다 팔릴 정도였습니다. 평소에 전문 재즈 공연장이 아니면 접하기 힘든 재즈 콘서트를 친절한 설명과 함께 즐기고, 아름다운 영화까지 감상할 수 있었던 이날의 감흥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연인끼리 온 커플에서부터,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님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함께 했던 행복한 저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