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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거장들의 탱고 Cafe de los maestros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카페>의 OST 제목은 <카페 데 로스 마에스트로스> (Cafe de los maestros)이다. 사실 이것이 영화의 원제이기도 한데,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카페"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의식한 제목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한다. 영화는 쿠바라는 배경을 아르헨티나로 옮겨서 탱고 음악의 전성기의 전설적인 연주자들을 찾아다니다가 마지막에 콘서트를 여는 음악 다큐멘터리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비슷한 루트를 따라간다. 따라서 두 영화의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쿠바의 거리를 애정어린 눈길로 담으면서 연주자들을 찾아다녔던 빔 벤더스 감독의 능숙한 연출에 비하면 미구엘 코핸 감독은 다소 건조하고 조금은 산만한 구성을 보여준다. 또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이브라힘 페레, 루벤 곤살레스, 꼼빠이 세군도, 오마라 포르투온도 등의 연주자들 각각에게 연민과 애정을 느끼게 만들던 자연스러운 전개에 비해서,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카페>를 보고나면, 특정 연주자가 기억에 남게 되는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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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카페>에서 90분의 러닝타임 동안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탱고와 함께 떠나는 완벽한 여행이다. 보통 영화에서 댄스 장면 (그 유명한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추던 탱고, 또는 샐리 포터가 연출하고 직접 주연을 맡았던 <탱고 레슨>에서의 탱고)과 함께 등장하곤 하던 탱고가 아니라, 콘서트 홀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듣는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탱고 음악에 깊이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탱고의 황금기였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40~50년대에 활동하던 23인의 대가들의 연주를 따라가는 이 음악 여행은 단순히 화려했던 시절에 대한 추억이 아니라, 아직도 녹슬지 않은, 그리고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이들의 훌륭한 연주 모습과 우수어린 탱고의 매력을 들려준다. 반도네온 연주자, 기타리스트, 피아니스트, 가수, 작곡자, 지휘자들의 모습도 멋지지만, 이들이 한꺼번에 어우러져서 만들어 내는 오케스트라의 음색과 하모니는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프랑스 파리의 국립 오페라 극장,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과 함께 세계 3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로 꼽힌다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콜론 극장의 위용도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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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와 탱고의 거장들을 기리기 위한 공연을 기획하다가 이 영화의 제작과 각본까지 맡게된 구스타보 산타올라야는 영화음악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작곡가이며, 작년 10월에는 울산월드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내한하기도 하였다. 기타와 보컬을 맡은 산타올라야 외에 7명의 멤버로 구성된 밴드 "바호폰도(Bajofondo)"를 이끌고 내한했던 그는 밴드와 함께 <바호폰도 탱고클럽>, <마르 둘세>라는 앨범을 내기도 했다. <아모레스 페로스>, <21그램>,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노스 컨츄리>, <브로크백 마운틴>, <바벨> 등을 통해 구슬프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남미 특유의 감성을 전해주곤 했던 그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클럽>을 통해 조국 아르헨티나의 위대한 유산인 탱고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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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음악은 단연 OST의 첫 곡인 카를로스 가르시아의 <Al mestro con nostaliga>이다. 또한, "탱고"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La cumparsita>는 가장 대중적인 곡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영화 중간에 음악을 듣다가 어디선가 낯익은 선율을 발견했는데, 바로 첫번째 CD의 마지막 곡인 <Tanguera>였다. 영화 <물랑 루즈>에서 스팅의 <Roxanne>의 탱고 스타일 편곡이라고만 생각했던 <El Tango De Roxanne>에 나오던 멜로디가 바로 <Tanguera>의 선율을 차용한 것이었다. (이완 맥그리거가 부르던 F단조의 "라솔파 레도~ 라솔파 파미" 부분) 덕분에 오랜만에 <물랑 루즈> OST를 꺼내 듣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 즐겨 듣던 탱고 음악들을 다시 한번 들어보는 기회도 간만에 가졌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의 <Astor Piazzolla: El Tango>와 <Hommage a Piazzolla>, 기타리스트 알 디 미올라의 <Di Meola plays Piazzolla>, 그리고 첼리스트 요요 마의 <Soul of the Tango>, 피아졸라의 <The Tango Way - The Classic Way>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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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탱고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탱고는 아르헨티나인들의 삶에 대한 태도, 그들의 감성,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고 있는 멋진 음악이다.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몇몇 곡들, 그리고 유명 뮤지션들의 탱고 앨범 등으로만 탱고를 접했던 나에게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클럽>은 보다 넓고도 깊은 탱고 음악의 세계에 눈뜨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