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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비카인드 리와인드 / 따뜻한 애정으로 충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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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를 공격하다가 감전당한 제리(잭 블랙)는 자석처럼 변해 '비카인드 리와인드' 대여점에 있는 비디오들을 모두 지워버린다. 마침 가게를 맡기고 잠시 떠난 아저씨 대신 주인을 맡게 된 마이크(모스 데프)는 이에 매우 당황한다. 비디오를 빌리러 오는 사람들이 있자 그들은 가게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 허겁지겁 예약을 받고 직접 비디오를 찍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들의 첫 작품인 <고스트버스터즈>는 예상 외로 좋은 반응을 얻고, 그들이 만드는 엉성한 리메이크 영화들의 인기는 점점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주인공들이 대여용 비디오를 수제작으로 만든다는 내용은 약간 황당하게 느껴지지만, 미셸 공드리가 많은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DIY적인 재기발랄한 이미지를 펼치기에는 매우 적합한 설정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장편 영화인 <비카인드 리와인드>에서 그러한 창의적인 영상이 뮤직비디오 수준의 길이에서 멈춘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짧은 시간 안에 어설프게 영화를 만들고 유통시키는 과정은 아무래도 개연성을 찾기 어려웠다. 공드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가 과연 이 산만한 영화를 어떻게 마무리지을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중반부까지의 우려와는 달리 영화는 점점 재밌어진다. '비카인드 리와인드' 대여점의 비디오들이 갈 곳 없는 슬럼가의 주민들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그리고 이쯤에서 영화의 소재가 왜 DVD가 아니라 이제는 보기 힘든 비디오였는지도 알 수 있다. 아직 DVD 플레이어가 많이 보급될 수 없었던 동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 조사를 한 아저씨가 돌아와 옆에 있는 체인점인 블록버스터 비디오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도록 가게를 바꾸려고 하지만, 동네 주민들은 계속해서 'sweded' 비디오만을 찾는다.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하면서 활발해지는 움직임 속에서는 은연중에 공동체 의식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영화는 공드리의 전작들 중에서 <휴먼 네이처>, <이터널 선샤인>, <수면의 과학>보다는 브루클린 주민들을 대상으로 열렸던 콘서트 실황 다큐멘터리인 <블록 파티>와의 비교가 합당하다고 보여진다. 모든 사람들이 모여 영화를 보는 결말에서는 마치 스크린에서 행복이 쏟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영원히 열두 살에 머무르는 미셸 공드리의 귀여운 마음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마이크와 제리가 만든 비디오에 영혼이 들어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비카인드 리와인드>에서도 그러한 영혼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다. 물론 다른 영화들에서는 짜증과 민폐 지수가 높다가도 마지막에 가면 사랑스러워지는 캐릭터였던 잭 블랙의 매력이 이 영화에서는 크게 발휘되지 않는 것 같지만, 다정한 흑인 청년을 연기한 모스 데프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다. <카이로의 붉은 장미>에서 영화를 좋아하던 미아 패로우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영화를 좋아하시고, 시고니 위버는 자신이 악역임을 인지하고 있는 캐릭터로 깜짝스럽게 출연해 재미를 준다. 영화를 함께 만들고 같이 보는 행위의 즐거움을 오랜만에 깨닫게 해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