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라디오 방송의 DJ인 데이브는 매일 Misty라는 곡을 틀어달라는 여인의 신청을 받는다. 라디오 방송의 애청자로 보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데이브의 모습은 그저 담담하게 느껴진다. 어느 날 자신이 즐겨찾는 바에서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누던 데이브는 건너편 좌석에 앉아있는 한 여인을 호기심있게 바라본다. 지금까지 모든 남자들의 청을 거절했다는 바텐더의 말과 달리 에블린이란 여인은 데이브에게 조금씩 접근하며 그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데이브는 어느덧 에블린의 집에 머물며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다. 데이브는 에블린과 이야기를 나누다 그녀가 자신의 방송에서 'Misty'를 요청하던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녀의 적극적인 애정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다음 날 아침 옷을 입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체 사라지는 데이브의 모습과 그를 창문으로 바라보면서 말을 잇지 못하는 에블린의 모습은 서로가 느끼는 사랑의 정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에블린의 집에 돌아온 데이브는 그녀를 잊은 체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지만 에블린은 그의 집에 찾아와 마치 데이브의 아내처럼 식사 준비를 한다. 에블린을 단지 원나잇 상대로 생각했던 데이브는 그녀의 적극적인 행동에 당황하면서 에블린을 자신의 집에서 나오도록 한다. 이후 에블린은 조금씩 데이브의 삶을 조이기 시작한다. 여자들과의 난잡한 성생활을 잊고 자신의 연인이었던 토비가 돌아오면서 데이브는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사랑을 키워가지만 반대로 에블린은 자신의 적극적인 대쉬에 귀찮아하는 데이브에 대한 배신감이 커져 간다.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에블린의 모습은 그녀 스스로 자초한 면도 있지만 에블린에 대한 데이브의 가벼운 태도도 한 몫한 면이 있음을 동료의 말을 통해 드러낸다.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라고 말이다.
영화는 이성을 잃은 에블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점점 그녀에게 속박당하는 데이브의 공포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데이브에 대한 애정이 증오로 변해버린 에블린은 데이브의 행동을 추적하면서 그를 감시하기 시작한다. 비즈니스 차 만난 여성 중역과의 식사에서 나타나 데이브를 난처하게 만들고 심지어 그의 집에 찾아가 자살 소동까지 벌이게 되면서 데이브는 토비와의 만남도 나가지 못한 체 그녀의 손길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에블린이 잡은 손길을 뿌리치지 못한 체 허무한 눈빛으로 멍하니 바라보는 데이브의 모습은 끈질긴 애착에 지쳐버린 남자의 심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에블린이 집착할수록 데이브는 그녀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연인이었던 토비에게 매달리게 되고 결국 데이브의 사랑을 차지하지 못할 것을 깨달은 그녀는 증오로 가득찬 살인마가 되어간다.
에블린의 증오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폭력과 살육으로 전환된다. 데이브의 흑인 가정부가 그의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 칼을 난자해대는 에블린의 모습은 공포스러운 느낌을 여실히 전달한다. 영화는 그녀가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칼을 맞는 사람의 관점에서 클로즈업하면서 촬영함으로써 그녀의 증오와 폭력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에블린이 커다란 부엌칼로 상대방을 향해 휘두르는 모습과 커다란 비명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칼날 소리는 살인 장면의 공포가 정말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에블린이 경찰에 잡히면서 영화는 잠시 긴장감을 덜어내며 로맨틱한 드라마로 전환된다.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라는 아름다운 곡과 함께 펼쳐지는 데이브와 토비의 사랑 장면은 잠시나마 에블린의 공포를 잊게 할 만큼 로맨틱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브와 토비와의 사랑 장면 이후 라디오 방송 중 걸려온 에블린의 전화는 잠시나마 평온했던 영화의 분위기에 살벌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녀의 목소리가 등장한 후 영화는 악몽과 같은 충격적 장면을 통해 그녀의 증오가 계속될 것임을 다시 상기한다. 데이브가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뜨는 순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카메라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칼을 내리꽂는 에블린의 모습은 가히 명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에블린의 등장 이후 영화는 에블린의 음모와 그녀의 계획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차를 타고 토비의 집을 황급히 떠나는 데이브의 모습을 교차하면서 서스펜스를 극대화한다. 데이브의 초상화를 가위로 찢으면서 오르가즘 같은 신음소리를 내는 에블린의 모습과 자동차를 타며 안절부절 못하는 데이브의 모습은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토비의 집에 도착한 데이브가 에블린과 조우하는 과정은 보이지 않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어딘가 튀어 나올지 모르는 불안감과 초조함을 잘 살린다. 결국 에블린은 복수를 하지 못한 체 비참한 죽음을 겪게 된다. 토비를 구출한 데이브가 방에서 나오는 순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Misty'와 에블린에게 이 곡을 바친다는 데이브의 목소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죽음을 위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