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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칙 코리아와 존 맥러플린, 두 거장의 내한 공연

지난 1월 31일 칙 코리아와 존 맥러플린의 내한공연 <Five Peace Band 파이브 피스 밴드>의 공연이 열렸다. 칙 코리아는 키스 자렛, 허비 행콕과 함께 세계 3대 재즈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설명이 따로 필요없는 재즈 피아노의 거장이며, 기타리스트 존 맥러플린은 빌리 코브햄, 제리 굿맨, 얀 해머와 함께 한 전설적인 마하비쉬누 오케스트라의 멤버였다. 존 맥러플린은 알 디 미올라, 파코 데 루치아와 함께 한 기타 트리오 활동으로도 유명하며, 마일즈 데이비스 의 퓨전 재즈 시대부터 왕성하게 활동했던 재즈 기타의 거장이다. 사실 "마일스 데이비스"는 40년 전의 두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연결 고리이기도 한데, 두 사람 모두, 바로 퓨전 재즈의 전설적인 명반 <Bitches Brew>에서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 연주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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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 파이브 피스 밴드의 공연은 1969년에 발표된 <Bitches Brew> 앨범의 40주년을 기념하여 갖게 된 월드 투어의 일부이다. 동시대의 젊은 뮤지션들 -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 베이시스트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알토 색소포니스트 케니 가렛 - 을 규합하여 결성된 이 밴드는 "110년 재즈사에 기록될 최고의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는데, 두 명의 거장의 명성을 생각하면, 지나친 과장은 아닌 듯 싶다.

칙 코리아는 1994년도에 존 패티투치, 밥 버그, 게리 노박과 함께 내한했을 때 그의 공연을 본 기억이 이제는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 당시 존 패티투치의 베이스에 반해서 한동안 그의 음악을 들었던 기억도 나고...) 그리고 1997년 존 맥러플린이 내한하여 알 디 미올라, 파코 데 루치아와 함께 들려준 기타 트리오의 연주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었었다.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강렬한 기타 연주의 향연... 그들의 음반은 아직까지도 나의 애청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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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본 칙 코리아는 풍채가 꽤 좋아진 모습이었고, 한국을 "my country"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그의 last name이 Corea^^) 여유있는 무대 매너를 보여주었으며, 존 맥러플린은 나이가 무색한 미중년의 외모로 점잖은 카리스마를 풍겼다. 칙 코리아는 일렉트릭 피아노와 그랜드 피아노를 오고가면서 다채로운 연주를 들려주었고, 독주를 들려줄 때에는 온몸을 집중시키게 만드는 아름다운 연주를 선사했다. (사실 온몸으로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또다른 이유는 공연장의 소음 때문이었는데, 이화여대 대강당이라는 시설은 독주를 듣기에는 영 아닌 듯하다. 게다가 히터인지 환풍기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소음 때문에 연주를 듣는 동안 신경이 날카로와질 정도였다.) 존 맥러플린은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그만의 특유한 연주 스타일로 나를 매료시켰으며,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와 케니 가렛은 안정되면서도 개성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번 공연에서 나를 가장 놀라게 한 사람은 바로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였는데, 재즈 드럼의 새로운 거장이 탄생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교하면서도 섬세한 연주를 들려주다가도 무겁고 화려한 느낌을 들려주는 등 변화무쌍하면서도 정확한 그의 드럼은 "천재적 재능"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이 젊은 거장이 다시 내한한다면 다른 멤버 구성에 상관없이 언제라도 공연에 찾아갈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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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명의 거장의 연주를 한 자리에서 들은 데다가 놀라운 드러머를 새롭게 발견한 것은 정말 감격스런 경험이었다. 재즈의 정수를 지켜내면서도 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이들의 행보는 예술가의 열정과 순수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이제 나이가 지긋하게 든 이 두 명의 공연을 언제 또 볼게 될 지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건강하게 재즈 음악계를 건재하게 지켜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환한 웃음과 여전한 열정으로 이번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 존 맥러플린은 프리 재즈, 퓨전 재즈, 하드 밥,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연주자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음반은 인도 전통음악과 재즈를 결합한 <Remember Shakti> 이다. 이번 달에는 예전에 힘든 시기에 내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주기도 했던 이 추억의 음반을 다시 꺼내 들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