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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위안부로 징용되었던 송신도 할머니의 법적 투쟁을 그린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일본의 시민 단체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제보를 받던 중 송신도 할머니를 만나면서 일본 정부를 향해 법적 투쟁을 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송신도 할머니가 위안부 생활을 하는 동안 겪었던 일을 회고하는 과정은 눈물을 자아낸다. 하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할머니가 일본인들에게 수많은 배신을 당한 경험 때문에 좀처럼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단체 회원들이 할머니를 도와주지만 일본인들에 대한 할머니의 불신감은 그들 사이에 서먹함을 남긴다. 하지만 재판을 진행해가면서 할머니는 점점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한다. 잊혀진 조국인 한국을 방문하면서 자신과 같은 피해자 할머니를 만나 서로 우정을 나누게 되고,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과 친해지면서 서로 술을 나눠 마시며 생일 축하를 해주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일본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송신도 할머니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지만 일본의 법원은 조선인 여성들을 국가의 주도 하에 강제로 징용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국제관습법 및 민사법을 들먹이며 사죄 요구 및 배상을 거부한다. 세 차례에 걸친 상고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체 원고의 패소로 끝난다. 과거의 역사적 과오를 끝까지 외면하는 일본 법원의 태도는 분노를 일으키지만 정작 당사자인 송신도 할머니는 담담하게 판결을 받아들이며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송신도 할머니의 발언은 일본인들에 대한 진정어린 충고의 느낌이 강하다. 어리석은 전쟁을 또다시 일으켜 자신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말도록 해달라는 할머니의 말씀은 점점 우경화 되어가는 일본 정부를 향한 절실한 목소리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