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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번 애프터 리딩 (Burn After Reading, 2008)


'번 애프터 리딩'은 다섯 인물들이 얽히는 우연의 과정을 통해 어처구니 없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어느 날 CIA로부터 좌천 통보를 받은 오스본 콕스의 모습을 시작으로 영화는 여러 명의 인물들의 상황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좌천 통보에 분노한 오스본은 두고 보라는 듯이 자신의 CIA 경험을 담은 회고록을 만들기로 결심하지만, 그는 집안에서 술에 쩔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레코더에 남긴다. 그 후 그의 일급(?) 정보는 우연의 연속으로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오스본 몰래 정보국 직원인 해리와 바람을 피우던 케이티는 오스본 몰래 이혼을 준비하면서 그의 재산 정보를 CD에 저장하지만, 그녀가 가진 정보는 우연히 헬스클럽의 얼빵한 직원인 채드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전신 성형에 필요한 거액의 돈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린다는 채드가 손에 쥔 정보가 정보국에 관련된 정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와 함께 정보의 당사자인 오스본에게서 돈을 뜯어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선한 사마리아인을 자처하며 오스본에게 전화를 건 채드와 린다는 전화의 상대방이 만만치 않은 꼴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혈질의 성격을 가진 오스본은 정체 불명의 남녀가 자신의 정보를 담보삼아 돈을 얻으려 한다는 것을 알아챈 후 그들을 협박하고, 이에 발끈한 린다는 똑같이 화를 내며 대응한다. 결국 CD를 두고 린다와 채드는 오스본과 대립하게 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CD를 거래하기 위해 채드를 만난 오스본은 그에게 폭력적으로 대응하고, 이에 발끈한 린다는 오스본에게 한 방 먹인 뒤 그 정보를 들고 러시아 대사관에 들어간다. 결국 채드와 린다의 행동은 단지 오스본만이 아닌 영화 속 다른 인물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생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그 결과 우스꽝스런 소동극으로 발전한다.

'번 애프터 리딩'은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황당한 소동극의 형식이지만 기본적인 구성은 기존 작품들처럼 '돈'을 얻기 위해 벌인 인물의 행동이 예상치 못한 변수를 발생시키고 그 결과 더 큰 화를 초래한다는 점이 유사하다. '파고'에서 아내를 납치하는 가짜 소동극으로 장인에게서 돈을 얻으려던 남자의 계획이 더 큰 범죄를 유발하고, '위대한 레보스키'에서 부자의 아내의 몸값으로 받은 돈을 건네주려던 듀드가 자작극이라고 멋대로 판단한 월터에 의해 사건이 엉망진창이 되는 것처럼 '번 애프터 리딩'도 CD로 돈을 받아내려던 채드와 린다의 행동으로 인해 오스본을 자극하게 되고, 그 결과 사건과 관련없던 인물들은 예상치 못한 두 인물의 행동으로 인해 사건의 당사자가 되어 버린다. 대표적인 예로 연방국 직원인 해리를 들 수 있겠는데, 오스본의 아내와 관계를 맺던 그는 두 멍청이가 벌인 계획에 의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