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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2007)


영화가 시작되면 한 부부가 격렬한 사랑을 나눈다. 겉으로 보기에 두 사람은 행복해 보이지만 그들은 현재의 모습에서 벗어나 브라질의 리오로 떠나고 싶어한다. 그들의 희망이 얼마되지 않아 산산조각 날 것을 예고하듯이 영화는 '당신은 30분 간 천국에 있을지 모른다, 악마가 당신의 죽음을 알아차리기 전까지 (May you be in heaven half an hour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라는 제목을 제시한다. 이후 영화는 평화로운 외곽의 상점에서 벌어지는 범죄극을 보여준다. 보석상의 늙은 여주인을 협박해 보석을 훔치려던 도둑이 방심한 나머지 오히려 총을 맞아 쓰러지게 된다. 이 광경을 목격하던 공범은 서둘러 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 나온다. 당황한 목소리로 현장을 빠져 나온 범인의 모습을 보여주던 영화는 플래쉬백을 통해 인물들의 몇 일전 행각을 보여주는 특징을 보인다.

행크와 앤디 그리고 찰스라는 세 인물의 몇 일전 모습을 차례대로 보여주면서 영화는 절도극을 둘러싼 세 인물의 사연을 드러낸다. 먼저 행크의 몇일 전 모습을 통해 영화는 그가 왜 범죄에 가담할 수 밖에 없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행크는 이혼 후 자신의 딸의 아버지 역할에 충실하려고 하지만 그녀를 위한 양육비를 대기에 그는 너무나 무능하다. 전처의 집을 찾아가 양육비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두 인물 사이엔 더 이상의 애정과 감정이 존재하지 않으며, 마치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같이 돈으로 얽혀있는 사이처럼 느껴진다. 한편 앤디는 겉보기엔 아무 문제 없는 화이트 칼라 사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회사 안에서 보여지는 그의 행각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외나무 다리 위의 존재와 같다. 몇일 후면 세무조사가 있을 거라는 중역의 말에 앤디는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회사 안에서 코카인을 흡입하고 비밀 아지트에서 마약 주사를 맞는 그의 모습은 겉모습과 달리 현실의 불안을 견디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내면을 잘 드러낸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행크와 앤디, 그리고 피해자인 나넷과 찰스 사이에 커다란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이들이 한 가족이라는 점이다. 행크와 앤디는 돈이 궁한 나머지 자신의 부모가 운영하는 보석상을 털려고 모의하게 된 것이다. 앤디는 자신의 계획이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보석상에 특별한 감시 카메라도 없으며 어리숙한 노인네가 홀로 보석상을 지키고 있으니 겁만 준다면 손쉽게 보석을 챙길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앤디의 계획은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기면서 실패하게 된다. 범행 당일날 보석상을 운영하기로 되어 있던 직원 대신 그의 어머니가 대신 가게를 나오고 행크의 동료가 겁도 없이 총을 들고 오면서 그의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하게 된다. 범죄를 통해 돈을 해결하려던 두 형제는 이제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파멸을 초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