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art :: [안개 속의 풍경] 안개 속에 깃든 서늘한 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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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5/29일) 저녁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제 8회 씨네아트 블로거 상영회로 <안개 속의 풍경 (Landscape in the Mist)>이 상영되었습니다.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아름다운 영상과 엘레니 카라인드루의 애절한 사운드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그래서 많은 영화 팬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소중한 영화이죠.

8년쯤 전에 크레타 섬이나 산토리니 섬에서 보았던 눈부신 햇살과 새하얀 돌벽, 새파란 지붕으로 꾸며진 빛나는 휴양지 풍경과 짙고 푸른 바다 빛깔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청회색과 짙은 녹색, 어두운 회색, 그리고 보랏빛이 감도는 연한 하늘색, 바로 <안개 속의 풍경>을 대표하는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색감이 감도는 영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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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기차역에 가는 남매, 알렉산더와 불라를 보여주는 첫 장면에 이어, 엘레니 카라인드루의 아다지오를 연주하는 오보에 선율이 흐르면서 타이틀이 보여지고 나면, 가슴저미도록 슬픈 남매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사랑하는 아빠, 우린 낙엽처럼 여행하고 있어요."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를 향해 마음 속의 편지를 쓰면서, 아버지가 있다고 믿는 독일을 향해, 기차를 타고, 빗속을 걸어서, 차를 얻어타면서 남매는 고달픈 여행을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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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면서도 격동적인 역사의 아픔을 안고 있는 그리스의 과거와 현재를 표현하려는 듯, 감독의 시선은 인적이 드문 쇠락한 마을의 광장과 거대한 공장, 괴물같은 커다란 기계들, 소음이 가득한 공사현장, 정신병원의 철조망, 눈보라 치는 고속도로, 그리고 쓸쓸한 바닷가를 향합니다. 고속도로 위의 매서운 비바람와 안개 속에서 지친 남매는 주저앉고, 공연장을 잡지 못한 유랑극단은 초췌한 모습으로 방황하며,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혼란스러워 하는 청년은 군입대를 결심하고, 바닷물 속에서 떠오른 거대한 손 조각은 검지가 부러져 나간 채 방향을 잃어버린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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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안개처럼 뿌연 현실 속에서 기품을 발견하는 순간은 끊임없이 발견됩니다. 죽어가는 말을 보면서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는 알렉산더의 순수함과, "아빠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잠깐만 뵙고 떠날께요." 라고 불라가 써보내는 마음의 편지 속에서, "돈은 없지만, 배가 고파요."라고 말하는 알렉산더의 용기와, 기차표를 사기 위해 돈을 구하는 불라의 당당함 속에서, 그리고 무대 의상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긍지를 잃지 않는 유랑극단의 배우들에게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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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로풀로스 감독은 슬프고 암울한 현실 속에서 가끔씩 마법같은 순간을 선사하기도 하는데요, 갑자기 눈이 내리자 모든 어른들이 하늘을 바라보고 멈춰선 장면에서 두 아이가 거리를 뛰어가는 장면이라든가, 길거리의 불빛 아래에서 필름 조각에 담긴 안개 속의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이라든가... 느린 호흡으로 흘러가는 롱테이크의 미학 속에서 시적인 리얼리즘을 아름답게 펼쳐내는 감독의 연출은 "가슴 저미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라는 문구와 너무도 잘 어울립니다.

<시테라 섬으로의 여행>, <율리시즈의 시선> 과 함께 "여행 3부작"으로 불리기도 하는 <안개 속의 풍경>은 영화 초반과 마지막에 "태초에 어둠이 있었지. 그 후에 빛이 생겼어." 라는 대사를 반복해서 들려주면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더듬어 찾는 여행"을 그려냅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아끼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선사해주는 <안개 속의 풍경>. 한 5 년마다 다시 한번씩 보면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갈지에 대한 용기를 가다듬어야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Posted by cineart / 블로거 상영회 / 2009. 6. 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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