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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home

아들 (Le Fils, 2002)

직업훈련소에서 목공 기술을 가르치는 올리비에는 한 소년의 프로필이 적힌 서류를 받게 된다. 서류를 훝어보던 그는 목공 기술반의 인원이 만원이라는 이유를 들며 소년을 거부한다. 하지만 올리비에라는 남자에게 소년의 존재는 결코 쉽게 잊혀질 존재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올리비에의 어깨 너머로 촬영된 장면들을 통해 소년을 바라보는 그의 복합적인 내면을 드러낸다. 소년을 거절한 뒤 창문 너머로 아이를 바라보는 올리비에의 행동은 그의 숨겨진 사연을 암시하는 듯이 보인다. 직업 훈련소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올리비에는 자신의 집에 찾아온 전처인 마갈리와 대화를 나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릇을 씻던 올리비에는 마갈리가 자신의 임신 소식을 알리자 흥분한 어투로 그녀에게 왜 하필 오늘 찾아왔는지 되묻는다. 마치 의문의 소년이 직업훈련소를 찾아온 날이 그에게 가혹한 운명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영화의 초반부는 올리비에와 소년 간의 숨겨진 사연을 드러내지 않지만 올리비에가 소년을 바라보는 시선과 움직임을 통해 그들 간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암시한다. 소년의 주변을 맴돌며 그를 바라보던 올리비에는 아이를 자신의 견습생으로 받아들인다. 올리비에가 소년을 목공반으로 인도하기 위해 라커룸에 들어서던 순간, 좀처럼 드러나지 않던 소년의 존재가 카메라에 등장하게 된다. 목공반에 들어온 소년은 자신의 선생님인 올리비에를 특별한 감정 없이 바라보지만, 올리비에가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은 여전히 호의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줄자를 접고 펴는 과정을 반복하도록 지시하는 올리비에의 행동은 상대방에 대한 적의가 살짝 드러나는 느낌마저 든다. 일과가 끝나고 난 뒤에도 소년에 대한 올리비에의 집착은 계속된다. 마치 소년을 미행하듯이 거리의 구석을 지나다니며 그를 먼거리에서 바라보는 올리비에의 행동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의문을 불어넣는다. 과연 소년과 올리비에 사이엔 어떤 사연이 존재하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좀처럼 해답을 주지 않은 체 관객에게 불어넣던 영화는 중반부에 들어서야 올리비에와 마갈리의 대화를 통해 올리비에의 숨겨진 사연을 드러낸다. 프란시스가 직업훈련소에 찾아왔다고 고백한 순간, 마갈리는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한 체 아들의 살해범인 소년에 대해 증오를 드러낸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올리비에는 마갈리에게 자신이 소년을 견습생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숨긴 체 그녀를 안심시킨다. 아들을 살해한 소년을 견습생으로 받아들인 올리비에의 선택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왜 그는 살인자인 소년을 자신의 견습생으로 받아들였을까.
 
영화는 친절하게 올리비에의 동기를 보여주기보다는 몇몇 에피소드들을 통해 그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추측토록 한다. 부모의 반대로 직업훈련소에 가지 못한다는 견습생의 전화를 받은 올리비에가 가게를 찾아가 소년을 설득하는 장면을 보면 동생과 함께 목공소 일을 하는 대신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훈련소를 선택한 올리비에의 동기를 엿볼 수 있다. 철없던 어린 시절의 실수로 범죄를 저질렀던 소년들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할 기회를 제공하는 직업훈련소의 생활이 그에겐 더 보람찬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올리비에가 프란시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장면들은 그를 살인자가 아닌 목공반의 견습생으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영화는 두 사람을 수시로 마주치게 함으로써 소년을 받아들인 올리비에의 선택에 의문을 제기한다. 올리비에의 선택이 프란시스가 저질렀던 과거의 죄악을 모두 용서하고 그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하려고 소년을 받아들인건지 아니면 여전히 마음 속에 소년에 대한 증오를 숨겨두고 있는건지 해답을 제시하지 않은 체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아무것도 모른 체 올리비에와 함께 식사를 하고 기술을 전수받는 소년의 무감각한 표정과 그를 바라보는 올리비에의 무뚝뚝한 모습은 언젠가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내포한다. 올리비에의 전처인 마갈리가 그와 함께 프란시스가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큰 위기 없이 관계를 지속하던 두 사람의 관계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데, 왜 살인자를 받아들였냐고 묻는 마갈리에 물음에 올리비에는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올리비에 자신도 소년을 받아들인 자신의 선택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견습공이자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소년을 무뚝뚝한 얼굴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리비에와 소년의 만남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일상적인 인간의 만남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불안감을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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