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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세비지 그레이스 (Savage Grace, 2007)


'세비지 그레이스'는 토니 베이클랜드의 아이 시절부터 청년시절까지의 삶의 모습을 시간순으로 묘사하면서 파멸로 치닫는 한 상류층 가문의 모습을 충격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영화의 초반부는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토니의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외모와 우아한 옷차림을 한 여인이 전화를 걸며 여러 상류층 인사들과 식사 약속을 하는 모습은 밝고 활기차 보이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의 모습은 불만으로 가득찬 모습이다. 모험가 출신이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교 행위를 못마땅해하는 브룩스와 상류층 가문들과 교류하면서 명함을 받는 만찬에 참석하길 즐기는 바바라의 모습만 보더라도 이들 사이가 순탄치 않음을 예상케 한다.

토니가 성장해가면서 바바라는 그를 마치 자신의 남편과도 같은 존재로 여긴다. 바바라에게 애정을 못느낀 브룩스는 점점 그녀를 멀리하게 되고 바바라는 남편의 존재감을 아이를 통해 얻으려 한다.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많은 부를 거머쥔 브룩스에 비해 평범한 가정 출신인 바바라는 토니에게 프랑스어를 읽도록 함으로써 상류층 인사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 한다. 자신의 의도가 제대로 되지 않자 우아한 말투를 버리고 거친 욕을 쏟아내며 그들을 모욕하는 바바라의 모습은 히스테릭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겉으로는 우아한 척하며 자신들을 뽐내지만 바바라의 엉덩이가 탐스럽다고 말하는 천박한 상류층 인사에게 분노를 터트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연민감이 느껴진다. 한편 어린 시절의 토니의 모습은 앞으로 있을 그의 분열적인 성격과 동성애적인 취향을 보여준다. 욕조에 기대며 말을 하는 토니의 모습을 비춘 세 장의 거울의 모습은 그의 정신분열적 측면을 연상시킨다.

토니는 소년시절을 벗어나 청년이 되지만 그의 모습은 소년시절과 다름없는 삶을 산다. 스페인에서 자신의 동성애 연인과 마약에 탐닉하면서 청년기를 보내던 토니는 블랑카라는 연인을 만나면서 이성과의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하지만 토니와 블랑카의 만남은 토니의 가족의 인생을 천천히 파멸의 길로 몰아넣는다. 토니와 블랑카를 태운 차를 모는 바바라의 모습은 혼돈스럽고 언제가 폭발할 것 같은 불안감을 조성한다. 토니는 블랑카와 사랑을 나누지만 그녀는 토니가 아닌 그의 아버지의 연인이 된다. 공항에서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바바라가 그녀의 남편인 브룩스와 블랑카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한 바바라는 그를 향해 걸어가면서 스페인어로 온갖 욕을 쏟아낸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체 그녀를 히스테릭하다고 모욕한다. 애써 눈물을 참아내며 공항을 빠져나온 바바라는 한 택시기사를 유혹해 그와 함께 동침한다. 택시가 지나가는 동안 아이들이 쏘는 총으로 인해 깨지는 유리병들의 모습은 산산조각난 바바라의 심정을 표현하는 듯하다.

결국 브룩스는 블랑카와 함께 새집을 차리고 바바라와 영원한 별거를 하게 되고, 바바라는 자신의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상류층 부인들의 상담사 노릇을 하는 샘을 불러 그와 섹스에 탐닉한다. 이같이 자신의 가족이 풍지박산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본 토니는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행동할 뿐이다. 가문의 알파벳 기법으로 자신의 심경을 쓰던 아버지처럼 자신도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하면서 아버지와 대화를 원하지만 그는 당당히 아버지에게 자신의 심경을 고백하지 못한다. 마치 비밀을 숨기는 아이처럼 아버지의 별장에 찾아가 정원의 땅을 파헤친 후 자신의 편지를 묻으려다가 들통이 나자 자전거를 타고 도망치는 모습은 자신의 고민을 호소하지 못하는 소년의 심성이 느껴진다. 급기야 토니는 바바라와 사랑을 나눈 샘이 있는 잠자리에 들어옴으로써 자신의 어머니와 사랑할 대상을 공유한다. 이런 모습은 후반부에 있을 근친적인 관계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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