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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업 (Up, 2009)


'업'을 보기 전에 마음 속엔 기대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개봉할 때부터 외국 언론의 찬사를 받고 있어서 픽사가 또 한 번 일을 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년에 본 '월-E'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과연 '업'이 '월-E' 만큼의 만족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업'을 보면서 정말 오랫만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던 탓도 있었지만 '업' 속에 담겨진 칼의 여정은 고집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런 느낌이 들었다.

'업'의 첫 장면은 한 때 모험을 꿈꾸던 두 아이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모험가인 찰스 먼츠의 뉴스를 들으며 탐험을 꿈꾸던 칼은 자신과 같은 꿈을 가진 소녀인 엘리를 만나게 된다. 파라다이스 폭포에서의 모험을 꿈꾸었던 두 아이는 평생을 함께한 부부로 살아가게 된다. 칼과 엘리가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을 함축한 장면들은 현실 속에서 이상을 실천하려 했던 연인의 사랑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칼과 엘리는 그들의 보금자리인 집을 마치 모험 속 세상처럼 꾸미고 언덕 위에 올라 구름을 바라보며 밝은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인생 속에서 벌어지는 비극들은 그들의 이상을 점점 현실과 멀어지게 만든다. 두 연인의 결혼부터 노년에 이르는 삶의 과정이 반복되는 장면들이 보여진 후 영화는 홀로 삶을 살아가는 한 노인의 모습을 비춘다.

칼에게 남겨진 것은 엘리의 추억이 담긴 집 한 채 뿐이다. 하지만 그의 집 주위에는 재개발을 위해 건설업자들이 한창 작업을 하고 있다. 엘리의 추억이 담긴 집을 지키기 위해 칼은 자신의 집 주변을 찾아오는 낯선 이들을 경계한다. 한 때 모험과 사랑의 열망으로 미소짓던 조용한 남자였던 칼은 미소를 잃은 고집불통 노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집을 지키기 위한 칼의 경계심은 뜻밖의 사고를 일으키고 만다. 추억이 담긴 우체통을 떼어가려는 직원의 머리를 지팡이로 때려 법정에 선 칼은 반강제적으로 집을 떠나야 되는 처지에 이르게 된다. 양로원으로 끌려가기 하루 전 마지막으로 엘리의 추억이 깃든 집을 바라보던 칼은 기상천외한 계획을 세운다. 수천 개의 풍선을 통해 처음으로 집을 떠나 모험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풍선에 매달려 하늘을 나는 집의 모습은 기상천외하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빌딩 숲 사이로 날아오르는 알록달록한 풍선들, 그리고 마치 비행선처럼 하늘을 나는 집의 모습은 자유로운 상상의 즐거움을 부여한다.

과거의 소중한 추억을 파괴하려는 자들로부터 벗어난 칼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하늘을 날 무렵, 의문의 노크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진다. 방문을 연 칼은 그제서야 자신의 집 안에 불청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몇 일전 노인 경로 뱃지를 타기 위해 칼의 집을 찾아온 러셀이란 아이가 자신의 집에 함께 있게 된 것이다. 러셀은 아이답게 호기심으로 가득찬 나머지 이것저것을 둘러보며 친근한 말투로 칼에게 대화를 시도하지만 칼에게 러셀은 그저 자신의 모험을 방해하는 수다스러운 아이일 뿐이다. 여기에 더해 호기심있는 물건들은 삼키고 보는 독특한 새인 케빈 그리고 인간의 말을 하는 개인 더그가 모험에 참여하게 되면서 집을 옮기려는 노인의 계획은 예측 불가능한 모험이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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