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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영화 <업>을 보면서 씨네큐브를 하늘에 날려보내다.


<라따뚜이>도 그랬고, <월.E>도 그랬지만,
픽사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점점 더 심오해지고 원숙해지는 느낌이다.
순수하고 영롱한 색채와 함께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면서
나의 정신연령을 다섯 살 정도 낮춰 주는가 싶다가도,
단순하면서도 삶의 진리를 묵직하게 담은 메시지를 안겨주면서
정신연령을 다시 높게 고양시켜주는 오묘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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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한 할아버지의 삶을 담아내면서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해 준 <업>은
그 어떤 작품보다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꿈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결혼에 대해서, 추억에 대해서, 우정에 대해서,
그리고 헛된 욕심과 집착에 대해서도...

꿈을 이루고자 하는 순수한 바램과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꿈을 이루는 것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누군가와 함께 꿈을 공유하고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삶은
꿈을 이루었건 못 이루었건 간에
축복받은 삶이라는 것을
나에게 깨닫게 해 준 영화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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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꿈의 소중함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 것만으로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준 영화 <업>이
나를 가장 감동시킨 순간은 바로,
때로는 소중한 것들을 구하기 위해서
꿈을 붙들고 있는 손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알려준 순간이었다.

할아버지가 러셀과 케빈과 더그를 위해서,
엘리와의 추억이 담긴 집을 떠나보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꿈에 집착하지 않고 얽매이지 않고
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그 순간이야말로
인생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을 용기를 주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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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말로 씨네큐브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한없이 우울했던 지난 한 달을 보냈지만,
이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씨네큐브를 풍선에 날려 보내려고 한다.
허공으로 날아간 씨네큐브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어디쯤에 착지할지 모르겠지만,
정든 공간을 떠나보내면서
다행히 소중한 존재들을 놓치지 않고
꼭 잡고 지켜내어서 다행이다.

예술영화를 사랑해 주는 씨네아트 회원들,
그리고 백두대간이 차곡차곡 모아온 100여 편의 예술영화 필름들.

이제 신촌 근처의 작은 상영관 아트하우스 모모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여유있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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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큐브여, 안녕.
해머링맨도 이제 안녕.
그동안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어서 고.마.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