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00자평

룸바 (Rumba / 피오나 고든, 도미니크 아벨, 브루노 로미 감독, 2008)


찰리 채플린의 슬랩스틱 코미디와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 속 희비극의 정서가 만난다면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룸바>는 웃음과 슬픔을 함께 아우르는 개성 넘치는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다. 평면화된 프레임 속에 담긴 두 주인공의 익살스런 행동과 연기, 여기에 원색적인 색감까지 더해져 <룸바>는 한층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다리를 잃은 피오나와 기억을 잃은 돔이 겪는 온갖 해프닝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유감스러워야 할지 고민스러운 것도 사실. <룸바>는 웃음과 슬픔, 희망과 절망, 나아가 삶과 죽음 모든 것이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음을 상기시킨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 인생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룸바>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고난 속에서도 끝내 희망을 잃지 않는 피오나와 돔의 모습을 통해 기분 좋은 웃음으로 영화를 마무리한다.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이 귓가에서 계속 맴돈다.

* 조이씨네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