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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포르노그래픽 어페어 (Une liaison pornographique, 1999)


'포르노그래픽 어페어'는 외설적인 영상을 연상시키는 제목과 달리 사랑에 관해 진지한 접근을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의 두 남녀는 도발적인 충동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상대방과 만나 섹스를 하지만 영화는 그들의 변태적인 행위를 묘사하기 보다는 낯선 만남에서 시작되는 사랑의 감정을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영화는 특이하게도 한 인터뷰어가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그들이 겪은 섹스에 관해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얼핏 들으면 인터뷰는 색다른 섹스를 한 경험이 어땠는가를 묻는 도발적인 인터뷰같이 느껴지지만 인터뷰가 계속되면서 정작 두 남녀는 그들이 행한 도발적인 행위에 대한 묘사를 하기 보다는 처음 만난 상대방에 대한 첫 인상을 회상한다. 영화는 카페에서 처음 만난 두 남녀가 서로에 대해 느끼는 인물의 감정을 클로즈업 쇼트로 충실히 그리되 정작 그들이 모텔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생략된 체 진행된다. 빨간 배경으로 둘러싸인 모텔의 문이 닫혀지고 난 후 그들의 방은 참묵으로 조용할 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어하던 관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지만 관계가 끝난 후 거리 사이로 사라지는 두 남녀의 표정은 육체적인 쾌락을 통해 얻은 만족감보다는 처음 만난 상대방에 대한 미묘한 감정이 돋보인다.

매주 목요일마다 계속되는 그들의 만남의 과정은 카페에서의 대화를 나누고 모텔에서의 관계를 가진 뒤 거리에서 뒤를 돌아보며 작별을 나누는 반복의 과정이지만 그들은 그 반복적인 만남의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여자는 그에게서 다른 남자에게서 느끼지 못한 편안한 감정을 느끼고 남자는 그녀의 결점마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고 고백한다. 계속된 반복적인 관계가 진행되던 두 남녀는 처음으로 룰을 깨고 저녁 식사를 한 뒤 사랑을 나눈다. 이전과 달리 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랑을 나누자는 여자의 제안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의 모습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느껴진다. 그들은 섹스를 통해 그동안 느끼지 못한 색다른 절정을 느끼게 되며, 그들은 각자 느끼는 절정의 순간을 배려하며 동시에 오르가즘을 만끽한다.

관계가 끝난 뒤 거리에서 헤어짐을 앞둔 여자는 왠지 모르는 상실감을 느낀 나머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그들 사이의 관계가 언젠가는 끝날 것을 알기 때문에 느끼는 상실감은 비단 여자만이 아니다. 남자 역시 그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상실감과 두려움을 보여준다. 어느 날, 순간적인 말다툼 후 거리에서 헤어진 남자는 지하철역으로 사라지는 그녀를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녀를 애타게 뒤쫓는다. 지하철역을 누비면서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본체 내달리는 혼란스러운 시선은 남자의 감정을 인상적으로 전달한다. 여자를 놓친 남자가 다음 주 목요일 날 카페에 먼저 도착해 이름도 모르는 여인을 기다리기 위해 초조해 하는 모습은 상대방을 잃고 싶지 않은 절실한 감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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