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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Diane Keaton - Seems Like Old Times (from <애니 홀>)



모든 장면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영화가 있다. <애니 홀>이 그런 영화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처음 영화를 봤을 때의 그 설렘이 변치 않는 영화다. 아무런 음악 없이 침묵 속에서 등장하는 제목, 곧 이어 등장해 혼자서 농담을 하는 우디 앨런의 쓸쓸한 모습, 한없이 수다스러우면서도 산만하기는커녕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그의 입담,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설레는 만남, 반복되는 갈등, 마침내 이별의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들은 언제 봐도 사람을 감상적으로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애니 홀>에는 딱 두 곡의 노래가 나온다. 'It Had To Be You'와 'It Seems Like Old Times'. 둘 다 다이앤 키튼이 부른다. 'It Had To Be You'가 유머를 맡고 있다면, 'It Seems Like Old Times'는 영화를 한층 낭만적인 분위기로 이끌고 있다. 한창 무르익은 두 사람의 사랑을 그대로 담아낸 듯, 다이앤 키튼은 정감어린 목소리를 노래를 한다. 그런 다이앤 키튼을 사랑에 빠진 눈으로 바라보는 우디 앨런의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어느 한 장면 다 빼놓을 수 없는 영화지만, 유난히 오늘은 이 장면이 자꾸만 눈가에 아른거린다. 오래된 시간처럼 느껴지는 친숙한 감정, <애니 홀>은 그렇게 사랑을 일상적이기에 더욱 특별한 것으로 그려낸다. <애니 홀>이 더없이 낭만적인 로맨틱 코메디인 이유다.